실수하는 삶의 용기

by 이만희

경험이 쌓여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

살아 있다는 건, 실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날은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던 일이 무너지고, 어떤 날은 사소한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부끄러워했고, 한동안 그 순간에 갇혀 지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실수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라는 것을.

실수는 우리를 주저앉게도 하고, 잠시 멈춰 서게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모인다. "너는 아직 배울 것이 남아 있어." 그 깨달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실수는 두려움이 아니라 작은 스승이 된다.

콤플렉스를 웃음으로 던지는 일

살아오며 나는 나에게 남겨진 결핍을 오랫동안 숨기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의 콤플렉스를 스스로 가볍게 웃어넘겼을 때, 그 결핍은 놀랍게도 나를 더 이상 옥죄지 않았다. 숨긴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인정한다고 무너지는 것도 아니었다.

콤플렉스도 결국은 내가 살아온 시간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 얼굴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자존감의 시작이다.

최선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실패를 보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양이 다르고, 역량도, 형편도, 마음의 상처도 다르다. 그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만의 속도로, 그 순간의 최선은 이미 쓰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제 쉽게 비난하지 않으려 한다. 삶의 작은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날 선 말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순간적 감정에 대한 확신은 언제나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끈다. 감정은 사실과 멀리 떨어져 있을 때가 많다. 감정이 꺼진 자리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진실을 보게 된다.

쓸데없는 실패는 없다.

살다 보면 '도대체 이 실패가 무슨 소용일까?'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좌절이 이상하리만큼 새로운 가능성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장자는 그것을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결국 더 크고 깊은 삶의 힘이 된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나를 지탱할 수 있다면, 그 실패는 절대 헛되지 않다. 그러니 새로움을 시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는 성장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

한 사람에서 시작되는 변화

옛날에는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알겠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언제나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는 걸. 마더 테레사는 말했다. "나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한 번에 한 사람을 사랑할 뿐이다."

작은 행복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결국 큰 행복을 만나고, 작은 성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결국 큰 성공을 이룬다. 실패해본 사람만이 작은 기쁨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그 사소한 떨림이 인생을 다시 앞으로 끌고 나간다.

피해 의식과 자존심을 내려놓는 일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갖고 산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배려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결국 나를 더 상처받기 쉬운 존재로 만든다. 피해 의식이란 자신을 '깨지기 쉬운 크리스털 와인잔'으로 선언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결국 깨질까 봐 조심해야 하는 그 잔보다 편안히 다룰 수 있는 '뽁뽁이 같은 마음'을 더 좋아한다.

자존심도 마찬가지다. 자존심은 늘 자신을 먼저 앞세우고, 끝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며, 작은 말에도 시비를 걸게 만든다.

반면 자존감은 조용하지만 흔들림이 없다.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은 불필요한 싸움을 시작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높은 삶은 결국 자신을 지키면서도 타인을 상처 내지 않는 삶이다.

어떻게 살아갈지는 내가 정하는 일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만 생겨야 하지?" 하지만 수많은 불행이 나만 피해 가야 할 이유도, 행운이 나만 찾아와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 인생에서 절제와 균형을 배우는 일은 중요하다. 과한 욕망은 우리를 휘둘리게 하고, 지나친 상처는 우리를 갉아먹는다. 나이의 길이는 스스로 정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지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

지금 이 험난한 세상을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위대한 일이다.

실수하는 삶,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삶

실수하고 넘어지며, 때로는 멀리 돌아가더라도 그 모든 길은 결국 '나'라는 존재를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다. 실수는 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더 깊고 넓게 만들려는 삶의 방식이다.

그러니 실수해도 괜찮다. 실패해도 괜찮다. 그 모든 순간이 쌓여 결국은 나를 단단하게 빛내는 자존감의 토대가 되니까.

그리고 오늘도 나는, 실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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