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건너는 태도에 대하여

by 이만희

사람은 죽는다. 누구도 그 끝을 막을 수 없다. 삶은 유한하고, 유한하기에 더욱 귀하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끝날 생을 품고 오늘을 건넌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뿐이다.

병으로 죽는 사람도 있고, 뜻밖의 불행 속에서 생을 마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은 모든 죽음 앞에서 무력하다. 그러나 삶 앞에서는 다르다. 살아 있는 동안, 지금 숨 쉬는 이 순간, 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이 우리의 하루를 만들고, 삶의 결을 완성한다.

그래서 나는 위로보다 믿음을 택한다. "괜찮아질 거예요"라는 말보다 "당신은 이길 수 있어요"라는 문장이 더 깊이 사람을 일으킨다. 인간은 걱정보다 믿음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다. 믿음은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어둠을 건너는 손잡이가 된다.

아픔도 그런 손잡이 중 하나다. 아이들이 아프고 나면 조금씩 더 자라듯, 작은 병을 지나 큰 병을 피하듯, 아픔은 언제나 내면의 성장을 예비하는 문턱이 된다. 아픔은 우리를 깨우고, 성숙하게 만든다. 아픔을 경험한 사람의 눈빛이 한층 깊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좋은 날에는 서로의 진짜 얼굴을 알 수 없다. 오히려 나쁜 일이 닥쳤을 때, 누군가의 마음이 쓰러졌을 때, 한 사람의 아픔이 온 가족의 삶을 흔들 때—그때 비로소 우리는 가족의 회복력을 알게 된다. 회복하는 가족은 건강한 가족이고, 그런 가족은 다시 평온을 찾아내는 힘을 가졌다.

모든 치유는 받아들임에서 시작한다. "왜 하필 나인가"라는 원망 대신 "왔다면 맞이하겠다"라는 태도가 우리를 회복의 길로 이끈다. 삶의 충격은 언제나 특별하게 느껴지지만, 한 걸음 물러서면 보편적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큰일은 늘 특별한 경험을 남기지만, 그 경험을 제대로 바라볼 때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진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기준으로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두려움은 가능성을 좁히지만, 믿음은 가능성의 문을 연다. 선택했다면 흔들리지 말고 걸어가야 한다. 삶은 우리의 결정을 따라 흘러가고, 선택의 방향은 결국 우리 삶을 빚는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감정은 강바닥처럼 어린 시절부터 천천히 쌓인다. 어른이 되면 그 퇴적물을 하나씩 꺼내어 정리해야 한다. 억눌러둔 감정은 시퍼렇게 남아 우울함이나 분노가 되어 돌아온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지도, 표현하려 애쓰지도 않은 채 그저 지켜보기로 할 때, 감정은 자신의 속도로 왔다가 사라진다. 감정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분노 또한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꺼지는 불꽃이다. 계속 떠올리고 되새기면 우리는 스스로 장작을 던지는 셈이다. 화가 날 때 가장 먼저 관찰할 수 있는 것은 호흡이다. 내 숨이 들고 나는 자리로 조용히 시선을 돌리면, 분노는 조금씩 빛을 잃고 사라진다. 마음의 평온은 거대하지 않다. 그저 숨 하나를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행복도 태도라고 믿는다. 행복은 삶의 조건이나 배경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내적 자세에서 자란다. 전쟁터 한가운데에서도 꽃이 피듯, 절망의 자리에서도 웃음은 소리 없이 고개를 든다. 장애가 행복의 조건을 바꾸지 않고, 가난이 행복을 지워버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복은 어디든 피어날 수 있는 작은 씨앗이며, 그 씨앗은 우리의 자세에 반응하며 자란다.

믿음은 우리의 내면을 치유한다. 마음이 병을 만들기도 하지만, 마음이 병을 견디게도 한다. 세상의 믿음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만큼, 나만의 믿음 또한 나를 지켜낸다. 그래서 우리는 더 단단한 믿음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웃음은 치유의 언어다. 감정은 습관처럼 올라오는데, 웃음은 기쁨의 방향을 열어준다. 거울 앞에서 혼자 웃어보는 일이 어색해도, 그 작은 습관 하나가 마음의 구조를 바꾼다. 웃는 사람 곁에는 웃음이 번지고, 행복한 마음은 가족을 밝히고, 교실을 따뜻하게 한다. 내가 평온하면 아이들도 평온해진다. 행복은 전염되는 감정이다.

병은 정성으로 낫는다. 삶도 정성으로 낫는다. 포기하지 않으면서 감사하는 자세, 두려움 대신 믿음을 택하는 용기, 감정의 흐름을 바라보는 차분함,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으로 하루를 건너가는 마음. 이 모든 태도가 우리를 조금씩 더 나아지게 만드는 힘이다. 삶은 유한하지만, 우리가 쌓아가는 태도는 유한하지 않다. 행복은 우연히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고 믿고 연습하여 만들어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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