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록

by 유브로


5월이 며칠 남지 않은 오늘. 브런치는 나에게 300일 동안 글이 없다는 알림을 보냈다. 엄청 우는 표정을 지으며.. 친구들이랑 함께 시작했던 브런치였지만 어쩌다 보니 혼자 하게 되었고, 그것도 한 두 달 바짝? 결국 시간만 잔뜩 흘렀다. 2022년이 되었고 5월이 끝나가고 이제 곧 6월이다. 항상 정신 차리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득 뒤 돌아보면 시간만 어느새 흘러버린 기분이 든다.


5월은 조금 정신없이 보냈다. 다니는 회사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도 매번 출근할 때마다 조금씩 긴장을 하고 있다. 이렇게 회사다운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회사생활을 편하게 하기가 아직까지도 낯설고 어색하다. 일이 어렵다기보단 사람 관계 같은 것들이 쉽지는 않다. 그렇게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인데 회사에서는 해야 하는 말 조차도 하기 전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한다. 회사 사람들은 나를 과묵한 사람들로만 알고 있다. 그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문득 이런 모습이 진짜 내가 아닌가 싶어서.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가 생겨서 들떠 있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것도 차차 추슬러지고 이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들이 더 앞선다. 정말 좋은 기회가 행운같이 찾아온 것이어서 잘 해내고 싶은데 바보 같게도 아무도 못 믿겠다.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인 것만 같아 벅차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가만히 생각만 하는 건 불안하기만 해서. 차라리 부딪히는 게 나을 듯. 난 늘 어린아이인 것 같다.


올해는 매일 일기 쓰기를 목표로 잡았는데 그 목표가 조금씩 옅어지더니 최근엔 한 달 만에 일기를 썼다. 뭔가 일기를 쓰지 않은 날들은 기록되지 않고 무의미하게 날아간 것만 같았다. 근데 또 그러면 또 어떠하랴 싶기도 하다. 많이 내려놓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나는 나 스스로 굉장히 게으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엔 게으름 속에서 스스로를 굉장히 채찍질하며 살아왔었다는 생각을 했다. 나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했던 것 같다. 아직까진 뭐 하나 이룬 것 없는 삶이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잘 살아내고 있으니까.


오늘 친구들과 산책을 하면서 다시 함께 브런치에 글을 올리자는 계획을 세웠다. 다음 주 주말까지 각자 쓴 글을 공유하기로 했다. 그렇게 몇 번 글을 공유하고 글이 좀 쌓이면 우리들의 브런치를 개편하자고 했다. 어떻게 될까. 잘할 수 있을까.


어쨌든 5월이 끝나간다. 별 의미 없는 한 달의 마무리. 나는 그 마무리를 별 이유 없이 친구들을 만나,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로 한바탕 웃고, 별 강제성도 없는 목표를 잡았다. 무의미하다고 말하면서 결국 내 삶을 채워왔던 그 유의미한 시간들. 날아가버려 다시는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지만, 또 기록하다보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시간만 어느새 흘러버렸다고 느끼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닭살돋지만 간직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시간 속 나의 마음, 생각 같은 것들. 나는 그래서 지켜지지도 않을 어떤 목표들을 잡고 딱히 중요하지 않을 가까운 미래를 또 바라본다.


조금, 정말 조금 더 예민하게 기록해보려고 한다.



(2021년 5월 어떤 날 쓰여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