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1일차

2025.08.03

by 유브로

로케이션 헌팅이 필요했다.

준비하는 영화에서 바닷가 장면이 중요한데

그래서 올여름 여러 번 바다를 보러 가야 한다.

그 첫 시작으로 강릉이나 속초를 고민했다.

강릉은 촬영 때문에 이미 많이 다녀서

상대적으로 기억이 없는 속초를 선택했다.


그러다 겸사겸사 가족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

스텝들이랑 가는 일정도 있으니까

겸사겸사 가족들이랑 여행도 가고

바다 로케이션도 보자 싶었다.

아버지 산소 때문에 영주를 간거 말고는

셋이 가는 가족여행은 첨이다.

역시 여행은 일단 질러야 한다.

숙소를 예약하고 버스를 예약하니 일사천리.


강변 터미널에서 우등버스를 타고 갔다

멀미가 있는 엄마 때문에 기차를 타고 싶었는데

속초엔 기차가 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사람 많은 시간을 피해 일요일 출발해서

버스는 반이 비어있었는데 서울에서 나갈 때 막혀서

도착예정시간보다 30분은 더 걸린 것 같다.


터미널 근처에 소품 숍이 있어서 잠시 들렀다.

슬리퍼를 챙겨왔는데 넣을 곳이 없어서

여기서 짐색을 하나 샀다. 만 원.

그냥 검은색 짐색인데 요새 좀 필요했는데

어쩌다 여행 와서 사게 됐다.


숙소는 씨크루즈호텔로 예약했다.

더 좋은 곳으로 갈까도 고민했는데

방을 2개를 잡아야 해서 예산이 좀 오버됐다.

평이 괜찮고 시장이 가깝길래 선택하게 됐다.

자세한 평은 추후하도록.


속초해수욕장으로 가서 일단 식사를 했다.

엄마가 생선을 먹고 싶어 해서 찾아놨던 식당.

생선은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기본 반찬이 막 특별하고 그러진 않지만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식당치고

가격도 괜찮고 잘 먹었다.

속초해수욕장은 로케이션 헌팅을 하기엔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낙산사로 간다.

엄마가 절에 가고 싶어 했는데

속초에 있는 절은 딱히 끌리질 않았다

그래서 차로 15분밖에 안 걸리는 양양 낙산사로 결정.

결과는 대대대대만족.

나는 이미 두세 번 와보긴 했는데

일 때문에 온 게 대부분이라

낙산사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절벽에 있는 절을 제외하고도 볼거리가 너무 많았다.

엄마와 여동생이 너무 좋아해서

거리가 있어도 오길 잘했다 생각했다.

낙산사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기념품 숍에서 팔찌나 반지 같은 것을 쇼핑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숙소에 와서 좀 쉬다가

저녁은 중앙시장에서 사 먹기로

애초에 계획했었기 때문에 중앙시장으로 향했는데

정말 헬 오브 헬이었다.

일요일인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족끼리 흩어져서 음식을 사 왔다.

중앙시장을 가면 무조건 산다는 만석닭강정.

대게 한 마리랑 오징어순대를 샀다.

음식은 마음에 들었는데

여기서 호텔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일단 씨크루즈 호텔은 리뷰에서도

엘리베이터가 불편하다고 했었다.

엘리베이터가 불편하면 뭐 얼마나 불편하겠나

싶었는데 저녁시간 때 유동인구가 많아지니까

너무 너무 불편했다.

엘리베이터 개수가 적은 것도 있긴 하겠지만

어느 층에서 누르면 모든 엘리베이터가 다 올라가고

좀 뭔가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 있었다.


두 번째 단점은 씨크루즈 호텔 자체가

중앙시장에서 가까우니까 거의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시장 음식을 사와서 호텔에서 먹는다.

그리고 애초에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가

2층에 음식을 사 와서 먹는 공간이 있어서였다.

근데 이 한여름에 에어컨도 안 켜고

큰 선풍기 하나만 둔 공간이었다.

날씨가 너무 습하고 더워서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몇몇 여행객들이 이용을 하고 있긴 했지만

대부분 더워서 객실로 향했다.


객실에서 불편하게 먹어야 하는 줄 알았으면

애초에 다른 호텔을 선택했을 것 같다.


그 외 객실 상태나 서비스는 정말 좋았다.

위치도 너무 좋고 하프 오션뷰이지만 야경도 예쁘다.


2층 공용공간은 그럴 수 있다 치자.

온도라는 것이 뭐 개개인에 따라 다르니까.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정말 큰 단점이다.

이 정도 객실에 이 정도 서비스의 좋은 호텔이

엘리베이터 하나로

이용을 안 하고 싶게 된다는 게 말이 되나.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왜냐면 다른 건 다 만족했으니까.


생전 처음 오는 가족여행.

방에서 가족끼리 간단히 술도 마신다.

반신욕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우리 가족은 뭔가 선택하고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다 동선도 짜고 리드했다.

엄마와 여동생이 맘에 들었는지 걱정도 된다.

그래도 낙산사에서 엄마와 여동생이

너무 좋아해서 다행이다.

엄마는 몇 년 만에 힐링인 줄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면서

이렇게 여행 오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바쁜 것도 아니면서 지난 몇 년 왜 안 했을까 싶다.

내가 즐거운 것보다 가족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1일차 속초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