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ves, 2024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지나간 시간, 전생이라는 뜻이다. 영화는 12살에 처음 만난 두 남녀가 24년이라는 시간 동안 운명의 엇갈림 속에서 마침내 서로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셀린 송 감독님의 <머티리얼리스트>를 보고 싶었지만사실상 놓치게 됐고 감독님의 전작인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35mm 필름으로 담아낸 화면은 잔잔하게 두 남녀의 시간을 따라간다. 오랜만에 필름으로 만든 영화를 본 것 같은데 오히려 새로우면서 묵직하다고 느꼈다.
12살의 나영과 해성. 24살의 나영과 해성. 36살의 나영과 해성. 나영과 해성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총 3번을 만나며 몸소 인연에 대해 체험하고 비로소 서로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두 사람의 시간을 잔잔하게 혹은 묵직하게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엔딩에 이르러서는 두 사람이 쌓아온 시간들을 관객들도 몸소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동진 작가의 파이아키아에 출연한 셀린 송 감독님은이 영화가 멜로 영화가 아니라는 듯 말씀하셨지만 나에겐 굉장히 좋은 멜로 영화였다. 우리는 왜 만나지 못했는가. 서로를 보고 싶어 했고 원했음에도. 우리는 왜 헤어져야만 하는가. 많은 멜로 영화에서 많이들 묻는 그 질문을 인연이라는 익숙한 소재로 너무나도 납득이 가게 풀어낸 영화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간다. 나영, 노라는 남편에게 안겨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에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단순히 이성뿐 아니라 가족 혹은 내가 갖고자 했던 어떤 상황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들은 내 곁을 떠났거나 내가 그들을 떠나왔고 갖고자 했던 상황들은 내 손을에서 벗어났다. 다시는 볼 수도 없고 혹은 다시는 가질 수 없는 이유가 인연 때문이라면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단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마음이 미어진다. 그러나 한편으론 또 인연이었기에 잠시나마 당신을 만났고 전생에서나 혹은 다음 생에서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음에 웃을 수 있다.
배우들이 많이 나오진 않지만 모든 배우들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럼에도 유태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지나치게 낭만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유태오의 그 소년 같은 얼굴이 모든 걸 상쇄한다. 최근에 관심이 많이 가는 배우인데, 배우가 갖고 있는 소년 성과 순수함이 해성이라는 역할에 너무 잘 어울렸다.
마음에 잔향이 남는 영화다. 정말 근사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