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서 나는 철학자가 아닌 못 배운 백수였다.
[철학을 가진 백수의 생존기이자, 사유(깊은 생각)하는 인간의 기록]
나는 가난하다. 그리고 철학을 사랑한다. 그 두 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처음엔 몰랐다. 철학이 삶의 무기가 될 거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철학은 무기가 아니라
방패였다. 세상의 쓴맛, 말보다 큰돈의 위력,
자격증이 되어버린 존재의 값어치. 그 앞에서 나는 작아졌고,
때로는 사라지고 싶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라는 정규 트랙을
밟지 않았다. 아니, 밟지 못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지.
사회는 그걸 실패라고 불렀다. 실패한 백수. 못 배운 놈.
생각은 많은데, 일은 못하는 놈.
하지만 생각만큼은 누구보다 많이 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돈은 왜 사람을 이렇게 옥죄는 걸까?
‘잘 사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런 질문들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출근은 없지만, 생존은 있었다. 통장은 비었지만,
머릿속은 가득했다. 누군가는 나를 게으르다 했고,
누군가는 ‘그 나이에 아직도 그 모양이냐’고 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대신 매일 쓰고, 매일 생각했다.
세상이 인정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증명하는 방법은
생각하는 것뿐이었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살아 숨 쉬는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었다.
철학은 결코, 밥을 먹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굶어 죽게 두지도 않았다.
사유는 나를 미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남게 해 주었다.
이건 그런 나의 기록이다. 몸도 마음도 가난했던,
그리고 여전히 가난한 한 사람의 이야기. 나는 이 글을 통해,
나 같은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괜찮다고. 너는 실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간은,
살아 있는 인간이니까.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거친 세상 속에서
철학을 움켜쥔 채 버틴다. 말보다 훨씬 큰
돈이라는 것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그 살아남은 흔적을, 지금부터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