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돈이 깡패

파트 1. 돈은 깡패다. - 현실의 민낯을 직시하다.

by 무연

<챕터 1. 돈은 말보다 크다.>


나는 어릴 적부터 말의 힘을 믿었다.

사람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말이라고 배웠다.

좋은 말 한마디가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 있고,

한 문장의 울림이 인생의 방향을 전환시키기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책을 읽고,

단어를 외우고, 생각을 모았다. 그리고 말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까지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와보니,

그 말들보다 컸던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돈이라는 놈이었다.


말로 설득해도 돈이 없으면 무시당했고, 아무리 생각을

깊이 해도 돈이 없으면 듣는 사람이 없었다.

말로는 위로할 수 있었지만, 돈으로는 삶을 바꿀 수 있었다.


나는 말하는 법은 배웠지만, 돈 버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생각은 많았지만, 통장은 비어 있었다. 상대가 내 말을

존중하기 위해 필요한 건 논리나 철학이 아니라,

신용카드 한 장과 소득증명이었다.


내 말보다 더 큰 소리를 내는 건, 늘 돈이었다.

누군가의 지혜보단 누군가의 부동산이 더 존중받았고,

진심 어린 조언보다 고가의 시계가 더 신뢰를 얻었다.


처음엔 억울했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게 아니었는데,

왜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걸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이 사회는 ‘정답’을

말하는 사람보다, ‘돈 있는 사람’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그 사실이 나를 무너뜨렸다. 철학을 공부하고,

사람을 이해해 보려 애썼던 지난 시간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말의 힘보다 돈의 힘을 더 신뢰했고, 나는 그 싸움에서 늘 밀렸다.


그러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말을 했다. 누가 들어주지 않더라도, 나 자신이라도 듣게 하기 위해서.

내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어느 날, 버스 안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말이 진심이면 뭐 해, 배고프면 말도 안 나와.’라는

생각과 함께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어서

눈물도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더없이 초라한 존재라는 걸 느꼈다.

그래도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

돈이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효과적인 수단일지라도

말에는 방향이 있다고 믿는다.


돈은 단기적 결과를 만들고, 말은 장기적 의미를 만든다.


나는 지금도 가난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말하고 있고,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말들이

돈보다 더 귀한 ‘가치’가 되길 바란다.


그 믿음 하나로, 오늘도 말보다 큰돈 앞에서

나는 계속 글을 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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