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플레이어 앱 추천'이라는 말을 들으면, 저는 문득 먼지 쌓인 책상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던 낡은 워크맨 하나가 떠오릅니다. 은색 플라스틱 몸체는 희미하게 빛이 바랬고, 투명한 창 너머로 지금은 멈춰버린 톱니바퀴가 보입니다. 이어폰을 꽂고 'Play' 버튼을 누르던 그 순간의 작은 설렘, 테이프가 돌아가는 미세한 소음까지도 제게는 하나의 음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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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에게 음악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공들여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고, 용돈을 모아 레코드 가게에서 신중하게 앨범을 고르던 시간들. 그렇게 한 곡 한 곡 채워나간 테이프는 단순한 음악 모음이 아니라, 그 시절의 공기, 친구들과의 웃음, 홀로 지새우던 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저만의 사적인 기록이었습니다. 되감기 버튼을 눌러가며 좋아하는 노래를 수십 번씩 듣던 그 투박한 손길에는, 지금의 '터치' 한 번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애틋함과 시간이 깃들어 있었을 겁니다.
요즘은 참 세상이 달라졌더군요. 수십 개의 카세트테이프를 품고 있던 저의 책장보다 훨씬 더 거대한 음악의 강물이 손안의 작은 스마트폰으로 끝없이 흘러들어옵니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거나, 혹은 인공지능이 나의 마음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참 편리하고 놀라운 세상이지요.
하지만 이따금 그 시절의 '소유'가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수많은 노래의 강물 속에서 잠시 멈춰, 온전히 나의 것들로 채운 조용한 서재에 머물고 싶을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요즘의 방식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가만히 찾아본 기록들을 아래에 조용히 남겨둡니다. 지금의 기술 속에도 분명, 잊고 있던 우리만의 온기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숨어있을 테니까요.
이 앱들은 마치 거대한 라디오와 같습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노래가 그 안에 흐르고 있지만, 온전히 내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로는 광고가 흘러나와 잠시 생각의 흐름을 끊기도 하고, 무료라는 조건 속에서는 몇 가지 약속이 필요합니다.
유튜브 뮤직 (YouTube Music): 세상의 모든 소리를 품은 곳. 공식 앨범부터 누군가 조용히 부른 커버 곡까지 발견할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무료로 이용할 때는 다른 앱을 열면 노래가 멈추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잠시 멈춰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하라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포티파이 (Spotify):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 같습니다. 내가 좋아할 만한 노래들을 끊임없이 찾아와 조용히 건네줍니다. 무료 이용 시에는 듣고 싶은 노래를 바로 선택하기보다, 추천해 주는 노래들을 따라 흘러가야 할 때가 많습니다. 새로운 음악을 만나는 인연에 몸을 맡기는 셈입니다.
사운드클라우드 (SoundCloud):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막 세상에 나온 아티스트들의 독창적인 목소리가 가득합니다. 몇몇 곡들은 오프라인에 저장해두고 혼자 몰래 아껴 들을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이 앱들은 낡은 워크맨을 가장 많이 닮았습니다. 내가 직접 고르고, 소유한 음악 파일(MP3 등)들을 차곡차곡 담아두는 자신만의 공간입니다. 인터넷이 없어도, 광고의 방해도 없이 오롯이 나와 음악만이 남는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AIMP: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서재를 닮았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음악 파일을 가리지 않고 품어주며, 섬세한 소리 조절 기능으로 내가 원하는 음색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Poweramp: 오디오에 조금 더 욕심을 내는 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마치 고급 오디오 기기처럼, 소리의 세밀한 부분까지 매만지며 음악을 가장 좋은 상태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아이폰은 보안 정책상 파일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조금 까다롭지만, 아래의 앱들이 훌륭한 서재가 되어줍니다.
Documents by Readdle: 본래는 서류들을 관리하는 앱이지만, 음악 파일을 담아두기에도 더없이 훌륭합니다. 컴퓨터에서 옮겨온 나의 소중한 음악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언제든 꺼내 들을 수 있는 비밀 서랍 같은 곳입니다.
Evermusic: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에 흩어져 있는 나의 음악들을 한곳에 모아주는 영리한 서재 관리자입니다. 어디에 두었는지 잊고 있던 추억의 노래들까지 찾아와 재생해 줍니다.
어떤 방식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거대한 강물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기쁨도, 손때 묻은 나만의 서재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는 반가움도 모두 소중하니까요. 당신의 오늘에는 어떤 음악이 함께하고 있나요? 문득 궁금해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