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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단청明境丹靑:그림 같은 그림》

북한산인의 감상일기

by 임예흔



1. 《명경단청明境丹靑:그림 같은 그림》.


24년 겨울 경기도 용인에 있는 경기도박물관과 중국 랴오닝성박물관은 경기도-랴오닝성 자매결연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중국의 고화(古畫) 중에서 중국 문화재로 등록된 명대의 서화로 꾸려진 전시이다. 동아시아의 흐름을 보면 조선은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히 지속하였기에 조선의 서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명‧청 시대의 회화도 같이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 명나라 때의 회화를 보면 조선 초기와 중기 때의 회화적으로 어떠한 교류와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으며 향후 조선 후기까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흐름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경기도박물관의 《명경단청明境丹靑:그림 같은 그림》전시는 조선시대의 회화를 들여다보는 시점에서 아주 좋은 전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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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명대 전기회화_여기, 대진.


명나라(明, 1368-1644)는 몽고가 만든 원나라(元, 1271-1368)를 몰아내고 송나라 다음으로 한족을 부흥시켜 일으킨 왕조이다. 그렇기에 왕조 초기에는 정부의 권력이 막강하였다. 그래서 왕실의 품의와 권력층에서 볼 때 근엄하고 장식성이 강한 회화인 원체화풍(院體畫風)을 활발하게 그렸으며 특히 절강성 출신의 화가들을 많이 기용하였다. 이 화파들을 ‘절파(浙派)’라 불렀으며 ‘절파화풍(浙派畫風)’이라 한다. 절파화파 중에서 산수를 중심으로 그린 화가는 대진(戴進, 1388-1462)이 있으며, 원체화풍으로 화조화(花鳥畵)로 명성을 높인 인물로는 여기(呂紀, 147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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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呂紀, 1477-?)는 사명(四明, 지금의 저장성浙江省) 출신으로 임량(林良, 1426-1480)과 함께 왕실에서 화조화로 명성을 크게 얻은 화가이다. 원체화풍(院體畫風) 중에서 구륵공필(鉤勒工筆)을 활용하여 수묵의 농담(濃淡)과 채색의 화려함을 화풍을 구사하였다.



KakaoTalk_20250127_175455344.jpg 여기 / 사자머리거위(狮頭鹅圖軸)



그림을 보면 만개한 매화꽃그늘에 거위가 자리 잡고 있다. 거위의 모습을 보면 화사하게 꽃을 피운 매화를 감상을 하듯 고개를 돌려 매화를 응시한다. 매화나무를 보면 꽃가지와 꽃을 공필구륵(工筆鉤勒)로 화사하고 정교하게 표현하였으며, 나무둥치와 괴석은 선염(渲染)의 변화를 주어 절파화풍(浙派畫風) 요미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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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 / 6명의 선종 조서(禪宗六祖圖卷) / 사진 경기도박물관 / 소장 중국랴오성박물관



대진(戴進, 1388-1462)은 절강(浙江) 성 항주(杭州) 출신으로 절파(浙派)의 시조이다. 명초 산수화의 큰 계파를 이루었으며 바위와 산과 같은 산수의 골격에 부벽준(斧劈皴)을 극대(極大)로 사용한 산수를 많이 남겼다.


위 그림은 대진이 그린 산수인물화로 중국 선종의 초조 달마대사에서부터 육조 혜능대사까지의 일화를 한 폭에 담긴 그림이다. 각 인물들의 특징적인 일화로 묘사하여 인물들의 특징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더불어 인물들을 섬세하게 나타내어 조사들의 일화가 이야기하듯 보인다. 인물 외의 배경은 절파 특유의 정교함과 선염과 부벽준의 극대적 효과를 나타내어 그림의 몰임감을 더해주고 있다.





3. 명대 중기와 후기회화_ 심주, 동기창.


명대 초기와 다르게 중기부터는 왕실의 권위보단 문인(文人)과 같은 향유(鄕儒)들의 문화가 급속도로 높여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절파의 권위적이고 장식적인 회화보단 문인들의 여기(餘技)가 담긴 그림이나 자연의 정취와 유유자적한 생활성이 담긴 그림을 즐겨 그렸다. 특히 원대(元代) 문인 화가들의 산수화를 화풍을 구사하여 절파와 다른 산수화 양식을 이룩하였다. 이들을 오파(吳派)라 불렀으며 소주(蘇州) 지역의 준인 층이 중심을 이루었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심주(沈周, 1427-1509), 문징명(文徵明, 1470~1559), 당인(唐寅, 1470-1524), 구영(仇英, 1494-1552)이 있으며 이들을 오문사가(吳門四家)라 한다.


명대 후기는 중기의 문화를 계승하여 문인 취향이 더 확고한 산수를 나타내었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동기창(董其昌, 1555-1636)이다. 동기창은 남북중론이라는 산수화론을 제기하여 준인 층의 그림과 전문 화사들의 그림을 구분하여 품명하였다. 동기창이 제기한 산수화론을 향후 청대의 문인층 조선의 양반층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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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주는 소주(蘇州) 출신으로 오파(吳派)의 영수이다. 소주(蘇州) 옛 지명이 오나라였기에 소주출신의 문인화가들을 오파(吳派)라 부른다. 예찬(倪瓚, 1301-1374)과 왕몽(王蒙, 1308-1385)의 화풍으로 그림을 배워 깔끔하고 원숙한 산수를 즐겨남겼다. 채색도 수묵처럼 간결하여 자연의 극대성보단 조화성을 남아내었다.



KakaoTalk_20250203_171058562.jpg 심주 / 국화감상(盆菊幽賞圖卷) / 사진 경기도박물관 / 소장 중국랴오성박물관
KakaoTalk_20250122_144354598_02.jpg 심주 / 국화감상



위 그림은 심주가 그린 <국화 감상(盆菊幽賞圖卷)>으로 당시 향유(鄕儒) 층의 일상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삼삼오오(三三五五) 모여 한가로이 국화를 감상하고 있다. 중국 강남의 장려한 자연 속에서 문인층들은 유유자적한 취미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채색도 다양한 색감을 쓰였지만, 화려함보다는 수려하고 간결하여 자연의 조화성을 돋보인다. 화면을 횡(橫)으로 나눠 강남 생활권에 물과 땔 수 없는 환경도 같이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식목(植木)도 다양하게 나타내어 산수의 조화를 강조였다. 이러한 화면 속에서 초가로 지은 정자에 문인들이 한가로이 국화를 감상하고 있다. 시간이 정지된 거 같은 화면이라 그들의 감상이 끝이 없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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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창 / 연이어진 묵직한 봉우리(峰峦渾厚圖卷) / 사진 경기도박물관 / 소장 중국랴오성박물관



동기창의, <연이어진 묵직한 봉우리(峰峦渾厚圖卷)>를 보면 원대 황공망(黃公望, 1269~1354)의 <부춘산거도권(富春山居圖卷)>를 방한 것을 알 수 있다. 화면을 횡을 표현한 점과 산수의 준법도 원대의 화풍을 계승한 것이 다분히 나타나 있다. 심주와 같은 오파(吳派)의 창작성보다는 완숙을 향하기 위한 모방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 <부춘산거도권(富春山居圖卷)>를 방한 작품이지만 수묵의 간결함과 산수의 조화성이 눈이 띈다. 더불어 가운데 산을 중심으로 삼고 좌우를 펼쳐 그려 횡으로도 유학의 질서를 나타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4. 마무리.


그 외에도 다양하고 많은 그림들이 있지만 글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글로 설명하지 못할 만큼 그림들의 주제와 완성도가 높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보러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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