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접 연주해 본 공연장 1

KKL Saal -스위스, 루체른-

by 함정준

지휘자 시리즈와 함께 내가 연주했던 공연장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도 좀 다뤄볼 예정입니다. 가장 좋았던, 가장 훌륭했던, 가장 독특했던, 가장 별로였던, 그리고 한국의 공연장 중 (어쿠스틱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몇 군데.


당연히 첫 번째는 세계 최고의 홀이라고 말할 수 있는 kkl 홀입니다.


KKL은 Kultur- und Kongresszentrum Luzern 즉 루체른 문화&컨벤션 센터의 약자이고 스위스의 작은 호반도시 루체른에 위치한 말도 안 되는 최고의 공연장이다.


2017&2019년 총 두 번에 걸쳐 방문. 악단은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전설적인 아바도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수많은 명연과 역사를 써 내려간 홀이기에 당연히 기대감과 긴장감이 높았는데 기대치보다 더욱 위대한 어쿠스틱을 소유한 공연장이었다.


우리가 보통 좋다고 말하는 홀들은 해상도가 아주 높고, 큰 소리를 내기 위해 힘들이지 않고도 객석까지 전달력이 뛰어나며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루체른은 그 세 가지를 당연히 다 가지고 있는데 왜 내가 최고의 홀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a를 이야기해 보자.


첫 방문 때 리허설 마치고 우연한 계기로 공연장 엔지니어 겸 톤마이스터와 커피를 한잔 하게 되었는데(이렇게 글을 쓰게 될 줄 알았다면 사진도 찍고 이름도 좀 알아놓을걸..)

그분께서 인상 깊은 말씀을 해주셨다.


KKL홀은 악단과 지휘자, 협연자의 자체적인 데이터들이 있어서 어떤 조합의 단체가 오는지에 따라서 공연장 모든 벽면의 각도등이 mm단위로 조절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금관이 거칠다거나, 목관의 소리가 작다거나, 현악기 중음역대가 과도한 악단 같은 (그리고 이미 이 공연장에서 연주를 해본 적이 있다면) 다양한 상황에 맞춰 어쿠스틱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리허설을 할 때도 관객이 들어차서 잔향감이 다른 걸 고려해서 반사판의 높이도 바꿔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이미 10년 치 상상력과 조합이 마구 떠올랐는데 ㅎㅎ


베를린 필하모닉과 역대 상임지휘자들의 온갖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하여 런던, 바이에른, 필라델피아, 빈필하모닉, 심지어 상하이 심포니 등등 이 공연장을 거쳐간 모든 악단과 지휘자들을 각기 다르게 조합해서 어떤 형태의 팀이 와도

KKL 홀에서는 자체 이퀄라이징이 된다는 건데..


이 스위스 아저씨들 시계만 잘 만드는 줄 알았더니 거대한 시계를 만들어놓고 mm단위로 조작하며 놀고 계셨던 것 ㅎㅎ


연주자의 입장에선 mf정도만 소리 내도 홀 끝까지 울리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정말 편하게 연주하는 게 가능. 당연히 pp의 압박은 더 하지만 이 공연장에 올라갈 정도 연주자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 lucerne festival orchestra도 리카르도 샤이와 함께 말러를 하던 중이라 내 동문인 Dina Heidinger와 만나서 수다 떨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너무 작게 소리를 내야 한다고 ㅎㅎ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도 매우 인상 깊은데 우선 매우 온화하고 진지하다. 너무 진지하지만 좀 거친(?) 느낌의 바이로이트와 결정적인 차이점. 루체른에 오는 관객들은 진정으로 음악을 잘 알면서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것.


글을 쓰다 보니 이 공연장에서 가장 최고인 것은 관객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


그리운 장소. 올해는 쉽지 않고, 내년쯤 가볼 수 있으려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직접 만나본 지휘자 이야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