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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연주해 본 공연장 2

royal concertgebouw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by 함정준

단체든 공간이든 royal(왕립)이 붙은 이름에는 항상

cultural heritage로써 자부심이랄까 대체불가한 힘이 있다.

당연히 클래식, 순수 예술계열에선 이 칭호의 단체가 많은데


오늘 소개할 암스테르담의 콘서트헤보우 공연장은 그 ‘독특함‘ 때문에 빨리 소개하고 싶었다.


19세기말에 지어졌으니 3세기를 지나온 공연장답게 이 홀은 수많은 불편함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희한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로 높이.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 수많은 계단이 존재하는 슈박스와 빈야드형태의 중간쯤 되는 콘서트홀은 악명 높은 지휘자들이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계단뿐 아니라 악기군 사이의 높이차도 엄청나다. 목관파트와 현악파트는 거의 성인 남자 허리 높이 정도의 간격이 존재하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아래로 내려가려면 거의 뛰어내리는 수준) 이 큰 낙차는 잉글리시 호른처럼 벨이 아래로 향하는 악기는 연주하기 매우 편하긴 하지만 옆으로 소리가 빠지는 악기들 (플루트, 프랜치 호른) 소리는 내 자리에선 거의 안 들리는 수준으로 멀리 퍼져나간다.

객석에서 듣기엔 입체적인 음향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이 홀을 잘 알지 못하거나 어쿠스틱 때문에 조금이라도 헤맬경우엔 순식간에 망가지기 딱 좋은 질감의 공연장이었다. 이 모든 시작점은 높이에서 오는 걸로 생각되고 RCO의 사운드가 왜 그렇게 섬세하게 가공되야만 하는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 지휘자가 반드시 계단 통해서 내려올 필요는 없다. 모양은 빠지지만 객석 쪽에서 약식으로 올라오는 방법도 있음.


두 번째로 반사음과 넓은 무대.

특별한 반사판도 없어 보이고 konzerthaus berlin처럼 불필요한 샹들리에가 잔뜩 있는 데다가 2층 관객석도 old 한 방식으로 지어져 있어서 어쿠스틱을 위한 장치가 딱히 없는데 묘하게 내 소리가 잘 모니터링이 된다. 심지어 널찍한 형태 덕분에 황홀하게 들려서 끝없이 루바토 하고 싶은..ㅎㅎ


이 또한 장점이자 단점인데 나와 거리가 먼 악기들의 소리는 완. 전. 히. 들리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내가 반드시 듣고 나와야 하는 금관 파트의 소리가 아예 안 들려서 너무 당황했던 순간이 많았고 지휘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반드시 인지하고 컨덕팅을 해야 하는 홀이었다는 것.

(당시 우리 지휘자 Long Yu… 말을 말자)


클래식 전용홀로 사용되지 않는 덕에 매우 무대가 넓은 것도 한몫하는 듯. 다만 이건 나중에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장인 독일 Frankfurt의 Alte Oper와는 결이 상당히 달라서 무대가 반드시 넓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는 건 연주자지만 음향학의 전문적인 소견은 다른 누군가의 영역 ;)


이 공연장을 내 짧은 소견으로 정의하자면 어떻게 사운드를 세공하고, 이퀄라이징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는 홀이었던 것 같다. 넓은 공간에서 오는 넉넉한 잔향이 역설적으로 시간차가 상당해서 스코어 분석도 확실해야 하고 연주자 개개인의 높은 집중력, 그리고 지휘자의 완전한 통제가 있게 되면 최상급 소리가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


재밌었던 건 워낙 오래전에 지은 홀이다 보니 공연장 문 열고 나가자마자 바로 차도가 연결돼 있다는 것. ㅎㅎ 심지어 공연장 입구 바로 옆에 창문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연주보다는 tacet(쉬는 순간)이 많은 잉글리시 호른 연주자인 내 위치에서 공연 중인데 차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세상에나…

영상 속에서 보이던 2층 벽면에 장식된 서양음악사 주요 작곡가들의 흉상을 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 그분들이 내려다보고 계셔서 음악을 연주함에 있어서 큰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백스테이지에 빽빽하게 붙어있는 100여 년간의 주요 공연 포스터와 건물 도면등도 참 좋았다.


여담으로 여러 공연장들을 비교해 가면서 연주를 해보면 그 홀이 어떤 어쿠스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상주단체들의 사운드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 대표적인 게 바로 RCO와 콘서트헤보우의 관계라는 생각이 들고 우리나라에도 전용홀과 상주단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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