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말하지 않은 말이 있다

감정에도 조용한 형태가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다시 알았다

by 지문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처럼 보이는 날이 있다.

평소처럼 일어나고, 같은 길을 걷고, 익숙한 얼굴들을 지나친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대답을 건네고, 웃음도 짓는다.
겉으로는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유난히 말수가 줄었다.
누가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말하지 않았던 건,
하고 싶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서였고,
꺼내면 설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였다.


내가 조용했던 건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이 너무 많아서였다.
그래서 조용히 넘겼고,

아무 일 아닌 척 하루를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그 하루에는
내가 삼킨 말들이
작은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 말을 하지 않은 건 잘한 걸까?’

‘혹시 너무 무심하게 보이진 않았을까?’
‘다시 기회가 온다면, 나는 뭐라고 말했을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감정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말보다 더 오래, 더 조용하게
내 안에 남았다.


당신은 오늘, 어떤 말을 하지 않았나요?
그건 누구를 위한 침묵이었을까요?


지문 : 질문이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