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그렇게 아무 계획 없이 시작됐다

by 공책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미국으로 떠나던 전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나는 출국 하루 전까지도 평소처럼 내가 다닌 대학 도서관에 있었다. 미국행 티켓은 미리 대충 끊어둔 상태였다.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무언가에 깊이 몰두해 있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어린 시절 친구이자 같은 대학을 다니던 친구를 만나 잠시 이야기도 나눴다.


보통이라면 송별회를 하거나 짐을 싸며 미래를 그려볼 시간이었겠지만, 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마도 학부 시절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다녀서인지, ‘유학’이나 ‘출국’이라는 단어가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교환학생 제도는 한국 대학의 학비를 내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제도였다).


그런데 그날 밤,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내가 끊은 항공권은 일본 경유 티켓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도착 공항과 출발 공항이 서로 달랐다. 즉, 일본에 도착한 뒤 다른 공항으로 이동해야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출국 전날 밤이 되어서야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대책이 없었다. 그때의 나는 그저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목표에만 몰두해 있었고, 그 외의 현실적인 문제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두 공항을 연결하는 버스가 있었고, 무사히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미국 유학은 아무런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일단 가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오랜 시간 큰 문제없이 커리어를 이어올 수 있었다. 물론 노력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한국의 이공계인들 (이미 직장에 다니는 분이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든) 중에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아보고 싶다”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나니 망설임이 컸다. 첫째, 나는 이민이나 유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혹시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잘못된 정보로 전해질까 걱정됐다. 둘째, 개인적인 경험을 자세히 쓰다 보면 신상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실제로 예전에 브런치북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올렸다가 조회수가 너무 올라가자 신분이 노출될까 싶어 모두 삭제했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결국 이 브런치북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인터넷에 퍼져 있는 ‘미국 유학’과 ‘취업’ 관련 잘못된 정보들 때문이다. 물론 좋은 정보도 많지만 내가 보기에는 잘못된 정보들, 너무 지나치게 일반화된 정보들도 많이 퍼져 있다. 진지하게 미국에서의 커리어를 고민하는 이공계인들이 그런 정보들로 인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만, 가능한 한 경험담은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사실과 실제 팁 위주로 구성하려 한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는 많은 이공계인들 중, “언젠가 미국에서 커리어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분들에게 이 브런치북이 작게나마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긴 서론이었지만, 다음부터는 이공계인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적인 정보와 경험을 정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