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by 황 운

어머니에게서 영상통화가 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저번주에는 이탈리아에 계셨습니다. 오늘은 보스니아라는 곳에 계십니다. 성당에서 친구분들과 함께 가셨지요. 저희 어머니는 2년 간 수없이 많은 나라에 발자국을 남기셨습니다. 아시아부터 유럽까지 모든 곳에 기억을 두고 오셨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어머니는 저희들에게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실 게 분명합니다.


첫째인 저희 형은 아주 불량한 양아치였습니다. 누나는 고집불통에 둘째라면 서러울 모든 감정을 쉽게 표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족과 가깝지 못한 막내였습니다. 저는 가족과 많은 걸 교류하지 않았는데요. 일례로 가족들은 저를 멋진 청년으로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화에, 결핍에, 낮은 자존감은 한 사람을 성인으로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볼 순 없지만, 저는 그것이 일절 없었던 사람으로 보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말입니다.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을 드러내길 두려워하기도 합니다만, 그 방법이 타인을 가장 잘 소화하는 방법임을 알기에 누구보다 저를 알리는 어리석은 이입니다. 모순을 기른다면 제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멋진 청년이 되어 집을 나서겠다고 공언을 했을 때 어머니는 이제야 세상을 구경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늦둥이,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태어나버린, 형편은 부족하고 일전에 쌍둥이었던 누나는 홀로 세상으로 나왔기에, 어머니는 제가 그 말을 하였을 때 어떤 기분이셨을까요. 김광석의 팬이었던 소녀의 바람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을까요. 어머니는 그때부터 간혹 집을 비우셨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더 당당히 여행을 다니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어머니의 향이 잊혀져도 좋습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여행길에서의 일기를 권유했습니다. 막내들은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누구보다 짧기에 가장 빨리 잊을 것이라는 조금은 아쉬운 말도 함께 전했습니다. 오래 볼수록 오래 기억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저는 그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어머니의 기록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대화가 작년입니다. 어머니는 보스니아에서 일기를 쓰고 계실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글로 남깁니다.


오늘, 작은 원룸에서, 아들은, 보스니아를 여행 중인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했다. 오랜만에 화장한, 어머니의 얼굴, 뒤로 보이는, 나무의 초록 잎이, 바람에, 흔들렸다. 어머니는, 말했다. 여기 봐, 아들처럼, 멋진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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