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by 황 운

언젠가부터 저는 더 이상 땅을 보고 걷지 않게 되었습니다. 군대 이야기를 아주 잠깐 해보자면, 저는 강원도 인제에서 험악한 지형의 산을 타는 GOP 경계병이었습니다. 주로 철책에 다가오는 동물을 내쫓았는데요, 간혹 훈련이든 높으신 분의 방문이든 분명한 것은 경계병이란 경계를 하는 사람이건만 저는 습관적으로 땅을 바라보고 걸었기에 자주 혼이 나곤 했습니다. 군대에서 조차 고치지 못한 버릇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제가 사는 곳 주변의 산책로를 걸으며 그것이 사라졌다고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야밤에 맥도날드를 시켜 먹고 죄책감으로 나온 산책이었습니다. 메인역으로 가는 길에서 좌측으로 빠지면 나오는 하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 하천은 낮이건 밤이건 많은 사람들과 동물 그리고 벌레들의 쉼터가 되는 곳입니다. 밤 12시가 지난 시간에는 주로 고양이들이 포진하듯 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누워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한 시간 정도를 걸었습니다. 모처럼 나온 산책에, 죄책감에 떠밀려 나온 것이었지만,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오랜만에 청춘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 봤습니다. 청춘을 고민한다는 것은 아마도 저의 이야기이겠지요. 저는 꽤나 태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속으로는 그 삶으로 인해 조금씩 곪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20대 중반이고, 길게 이야기 안 해도 그 나이의 고민이란 너무나 일통한 것이기에 저 역시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특별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한 것을 곧 다가올 미래로 바꾸는 이기적인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5년의 시간이 남았고, 그 미래가 다가오기 전까지 무엇을 하느냐 라는 주제로 한 시간을 내리 걸었습니다.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은 건 제가 오른편으로 건너가 걸어야겠다 마음먹은 이후였습니다. 제가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일까요. 왼편에서 걸어야 잘 발린 페인트처럼 물결 하나 없는 도심 하천이 수월히 보였지만 오른편으로 건너가 오늘만큼은 불편하게 걸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손 때문이 아닌 제가 오른눈 잡이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른손잡이는 오른쪽의 시야가 더 넓다고 하더군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저는 제게 남은 5년이 저희 어머니가 시간의 소중함을 제가 인식하길 바라며 구태여 제게 말했던 괴로울 정도로 길었지만 더 괴로울 만큼 짧았던 게 세월이라고, 어쩌면 정말 그렇진 않을까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60년을 달려오며 알게 된 진리를 아들이 외국에서 잠시나마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춘은 기억에 남는 시절이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낭비하지 말라고, 특히나 요즘 세상에서는 무슨 소리, 그것은 성장하는 시기라며 젊은이를 낭떠러지에 몰아붙이지만, 청춘은 먼 훗날의 내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소주 한 잔 겨우 들이키는 시절은 아닐까요.


저는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려 합니다. 사랑의 감정이 들면 사랑하고, 닿고 싶은 곳이 있으면 걸음을 옮기겠지요. 물론 30살 전까지의 일입니다. 제가 정한 마지노선입니다. 평생 이렇게 사는 사람은 아무래도 예술가일 것입니다. 저는 어쩌면 30살부터 다시 땅을 보는 버릇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가 온다면 저는 지금의 제가 이런 삶을 산 것에 대해 깊은 고마움을 느끼겠지요. 제게 곪은 건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는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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