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염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꽤 오래전부터 짧게라도 외국에서 살아 보겠다는 아주 작은 목표를 올해 지켰습니다. 그 성취감이 그리 길진 못했습니다만, 결국 다시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래도 재차 온전한 정신으로 살고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저를 전하려고 합니다.
저는 현재 집에 있는 강아지가 보고 싶습니다. 이 자식, 산책도 좋은 사람을 골라 좋은 표정으로 잘만 다니는 것 같아도 저를 가장 보고 싶어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산책을 함께하는 오빠는 아니었지만 제 강아지는 산책을 다녀올 때면 어느새 제 옆으로 와 배를 까곤 했습니다. 폭풍 같이 즐겨버린 시간 이후에 잠시 함께 쉬어갈 사람도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그 자식이 얼마나 괴로울까요. 물론 영상통화를 해도 저를 쳐다보진 않습니다. 제 목소리에 한 번씩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짓기는 하건만.. 쳐다보지 않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잘 안 보려고 합니다. 제 강아지 이름은 바오입니다.
저는 이 나라에 와서 하루 만에 집을 구하고 세 달 만에 일을 구했습니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정말이지 우주 끝까지 혼자인 이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인데요. 실컷 자고 글도 쓰고 영화도 봤습니다. 영화는 정말 미친 듯이 봤던 것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이번에 개봉한다는 영화도 기대가 됩니다. 여행은 많이 다녔지만 어차피 돌아와도 혼자인 걸 알기에 집에서나 여행지에서나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돈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를 찾아 놀러 와 줄 친구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다는 것은 꽤 좋습니다. 이 나라 사람이 된 것만 같다가도 결국 내가 외국인이구나 상기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만, 아무래도 제 친구들에게는 전자가 훨씬 좋아 보이겠지요. 부모님에게는 예외입니다. 저는 늦둥이 자식이고, 힘들면 주저 없이 떼를 쓰고 싶은 게 늦둥이 마음입니다.
최근엔 꽤 가까워진 여성도 생겼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성에게 다른 마음이 생기는 것만 같은데요. 문장에서도 알다시피 저는 아직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여성 분의 마음은 더더욱이고요. 특별한 곳에서 만나는 사람의 특수성이라나 뭐라나.. 잘 생각해 보라던 친구의 말도 마냥 가볍게 들리진 않습니다. 언젠가 제가 확신이 생기면 결말이 나겠지요. 자고로 대시는 남자가 하는 겁니다.
소설을 쓰다 급히 결심한 것이 있어 오랜만에 브런치에 와 백스페이스 한 번 없이 글을 썼습니다. 30살까지만 노력하려 했지만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서요. 어느덧 글을 써온 지 4년이 되어 갑니다. 3년 차에는 작가가 되리라 마음을 먹고 당장 몇 분 전까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소설의 발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저 황 운 1년 만에 그곳에서 발 뺍니다. 저 같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네요. 다시 이 따위 글이나 쓰려고 합니다. 주로 푸념이겠지만.. 소설은 주로 한숨 나오는 상황과 그것을 극복하는 망상에서 시작하더라고요.. 그동안 제 소설을 읽어주신 상상 속 독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