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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가온해 Jun 22. 2022

평범한 여행자 11

내가 어릴 적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모든 것이 불분명해졌다.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교회 사람들은 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전혀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나는 그들이 어리석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기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다. 다만 너무 깊이 이 의문에 빠지면 안된다. 어느새 당신은 무기력함과 회의감을 느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는 어딘가가 망가져가는 것 같다. 나의 존재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우울증의 증상이 발현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을 만나도 내 외로움과 혼란스러움은 그대로였다.


나 홀로 붕 뜬 것 같았다. 사회에서 유용하지 않은 부품이 된 것 같았다. 어릴 적 내가 꿈꿔왔던 히어로가 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훗날 먼진 히어로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히어로가 설 자리가 없다. 모든 것은 법의 질서 아래 통제된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많다. 하지만 좋은 사람은 적다. 좋은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을 겪고 악인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정의에 대해 질문해도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만약 내 가정환경이 불우했다면 나는 영화 '조커' 의 주인공처럼 혼돈을 불려오는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나는 지금 혼란스럽다.


사람들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돈을 쫓는다. 돈은 이 시대의 신이 되었다. 과거처럼 낭만이나 정의를 쫓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사람들은 바보라고 불린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된 것이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어른이 된 것이다.


교회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았지만 결코 내 외로움을 달래거나 정답을 주지 못했다. 나는 선인이 되기에는 악했으며 악인이 되기에는 선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무언가가 되고 싶은 누군가이다.


한 때 나는 신을 믿었다. 신이 내게 정답을 줄 것이라고 희망했다. 하지만 소중한 이들을 잃은 후 나는 신을 믿지 않았다. 신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오직 소수의 사람들을 선택해 길을 열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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