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은 수줍어할 줄 모른다
시치미 떼거나 내숭을 떨지도 않는다
애써 찬바람 뚫고 조금 먼저 피어난 매화꽃은
그 고고함을 지키느라 아지랑이의 너울춤 한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어쨌거나 살구꽃은
너울춤을 따라 추며 봄바람을 일으킨다
그렇게 봄을 뿜어내느라 제 흥에 겨워
어쩌다 저도 모르게 꽃잎 떨구는 살구꽃을
멀리서 애처롭게 바라보는 쑥국새는
행여 제 울음소리에 애꿎은 꽃잎 하나 또
떨어질까 속울음을 짓는다. 어쨌거나 살구꽃은
꽃잎을 날려 봄바람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