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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돌선우 Oct 14. 2024

지극히 개인적인 대학원 유학 준비 가이드라인 (1)

1. 유학 준비를 위해선 군대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우리의 결의!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 하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통일의 역군이 된다...


아, 군대...


대한민국 남자 대학생이 되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큰 문제가 군대이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인 만큼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주제로 다루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학원 유학을 가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 군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군대는 무조건 일찍 현역으로 다녀오는 게 좋다!라고 생각한다. 상당히 꼰대 같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말일 테다. 똑같은 얘기를 여러 사람들이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그 이유가 있다.


그래도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경우의 수를 나눠서 생각을 해보자.


1. 현역 입대


나는 어차피 현역 복무를 할 생각이라면, 이왕에 빠른 군 복무를 통해서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의 제한을 하루빨리 풀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대를 늦게 가는 것은 대학원 유학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군대 갈 타이밍을 놓쳐서 대학교 3~4학년 도중에 가게 된다면 유학 준비를 위해 필요한 많은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


예시를 들어보자. 어떤 연구실에 들어가 학부 인턴으로서 연구 경험을 쌓고 싶다고 하자. 우선 군 미필이라면 해당 연구실의 교수님이 아예 선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교수님께 전문연구요원을 하고 싶다고 거짓말(?)이라도 하면 상관이 없겠으나, 아무래도 인턴을 얼마 하지도 않고 군대를 가버릴 학생에게 연구실 자원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운이 좋아서 학부생 인턴으로 선발되고 연구실적까지 쌓았다고 해보자. 그다음, 군대를 가게 되어버리면 해당 연구 실적은 옛날 것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전역 후, 연구의 연속성이 끊기기 때문에 그 주제를 들고 다시 학부생 인턴을 하거나 유학을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전역을 하면 심리적인 불편함과 제한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어차피 갈 군대 문제로 괴로워하다가 늦게나마 입대할 바에,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입대하고 빨리 전역해서 마음 편히 유학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심리적인 불편함은 의사결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쓸데없는 감정을 오래 끌고 갈 필요가 없다.


이와 관련해 나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나는 운이 좋아서 카투사(^^;;)를 가게 되었지만, 3학년 1학기가 끝난 조금 늦은 시기에 입대를 했다. 입대 직전 학기에는 학점 관리 외에는 인턴이나 영어시험 준비 등 능동적으로 유학준비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솔직히 군대도 안 갔다 온 사람이 유학을 가겠다는 의지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었을까. 이런 말랑말랑하고 싱숭생숭한 마음 상태로 술을 마시고 이리저리 놀러 다니느라 자랑스럽게도 3점대 초반의 학점을 받았다.


전역 이후 대학원 유학에 대한 의지가 좀 더 굳어진 상태에서 망쳐버린 학점을 복구하느라 재수강을 포함한 많은 수업을 들었어야 했고, 그에 대한 비용으로 연구 인턴 등의 기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었다. 일찍 전역해서 열심히 유학 준비를 해서 학부 때 대학원을 지원했으면 코로나 때문에 MIT를 못 갔을 거 같은 게 함정... 지금이야 잘 됐으니까 별 상관은 없지만, 유학 나오기 전에는 이렇게 시간과 기회를 날려버린 것에 대해 항상 후회를 했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나처럼 군대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 석사전문연구요원 후 유학지원 


그렇다면 한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전문연구요원을 하다가 유학 준비를 하는 건 어떨까? 전문연구요원을 하면서 돈도 벌고 연구도 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유학을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성공적으로 풀린다면 너무 좋겠지만 리스크가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회사에 전문연구요원으로 입사한다고 해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설령 연구를 하게 된다고 해도 회사에서 하는 연구랑 대학원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의 결은 살짝 다를 수도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아무래도 회사는 어떤 행위를 통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조직이기 때문에 요구하는 것이 명확하고 그것이 나의 관심사와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대학원에서도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을 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그 자유도의 차이가 클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 본다.


3. 기타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침묵해야 한다.



과학기술전문사관. 주변을 보면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를 통해 학부 졸업 이후 3년 동안 연구를 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유학을 나온 사례가 꽤 있다. 하지만, 이 제도를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국방 관련연구소 내부의 생리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안다고 해도 인터넷 공간에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생략하겠다. 주변에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물어보시길.


사회복무요원. 그냥 가라.


찐 결론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이렇게 군대 문제로 왈가왈부해 봤자 당사자는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을... 단지 이 글이 독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당장에 나부터도 카투사로 꿀(?)을 빨았고 군대도 조금 늦게 갔다 온 편이다. 글의 성격상 유학만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군대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냐를 다뤘지만, 군대 문제는 조금 더 종합적인 입장에서 판단해 줬으면 좋을 것 같다. 군 복무가 마냥 인생의 장애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포레스트 검프>


나의 경우, 군대에 있을 때 정말 괴로웠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돌아서 생각해 보면 그때 그 경험들이 나라는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해 줬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Life is a box of chocolate.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라고 하지 않았던가. 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약이 되고, 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뭔가 삼천포로 빠져버렸으니 한 줄로 이 글을 요약해 보자.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근데 나는 현역으로 최대한 일찍 다녀오는 게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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