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결국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by 한준호


AI가 코드를 짜주고, 보고서를 써주고, 심지어 그림까지 그려주는 시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뭘 공부해야 하는 거지?"


개발자로서,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 질문을 꽤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의외로 답은 아주 오래전—제가 신입이던 시절의 기억 속에 있었습니다.


신입 때, 세상은 학교와 완전히 달랐다


학교에서 배운 것, 학원에서 배운 것—물론 중요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 투입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새로 배워야 할 것 투성이었고, 무엇을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물어봤다가 "이런 것도 모르냐"는 한소리 들을까봐 두렵기도 했고요. 그때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하나 확실한 건 있었습니다.
배워나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는 것.
적성은 맞았습니다. 다만, 누군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환경은 아니었기에 그 과정이 꽤 힘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프로젝트 오픈 초기에는 장애가 터질 때마다 '혹시 내가 작성한 로직 때문인가…' 하고 늘 조마조마했습니다. B2C 프로젝트는 절대 못 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진심이었습니다.)



검색하고, 파고들고, 질문의 수준이 올라가다


그래도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끊임없이 파고들었고, 지식이 조금씩 쌓이면서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질문의 수준이 올라가니, 돌아오는 대답도 명확해졌습니다.

"이거 왜 안 돼요?"라고 묻던 시절에서, "A 환경에서 B 설정으로 C를 실행했는데 D라는 에러가 나옵니다. E를 의심하고 있는데 방향이 맞을까요?"라고 묻게 되기까지—그 사이에 쌓인 건 결국 기초지식과 경험이었습니다.


이 오래된 경험을 굳이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AI 시대의 학습을 이야기하려면, 이 구조를 먼저 짚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AI 시대,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신입 시절의 사수(선배 개발자)는 회사 분위기,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좋은 사수를 만나면 좋은거고, 그렇지 못하면 모르는 게 당연한 시기에 질문 한 번 했다가 혼나고, 그다음부터 입을 닫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달라진 것 — 지식 습득의 경로

AI에게 질문하면 눈치를 줄 일이 없습니다. 같은 걸 열 번 물어봐도 괜찮습니다. 맥락을 설명하면 꽤 정확한 답을 돌려줍니다. 대신 수업료로 소정의 토큰 비용을 가져가긴 합니다만, 사수에게 눈치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달라지지 않은 것 — 공부는 여전히 본인의 몫

지식 습득 경로가 바뀌었을 뿐, 본인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AI도 사람과 똑같아서 두리뭉실하게 물어보면 애매한 답변이 나옵니다. 명확하게 물어볼수록 명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질문을 하려면 기초지식이 필요하다는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15년 전 구글 검색을 잘하려면 키워드를 잘 잡아야 했던 것처럼, AI를 잘 활용하려면 질문을 설계할 수 있는 배경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엔진은 '궁금증'이다


어린아이가 학습 속도가 빠른 이유로 흔히 '궁금증이 많아서'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건 성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AI 시대에 무엇을 학습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이렇습니다.

특정 기술이나 도구가 아니라, '궁금해하는 습관'과 '기초를 다지는 태도'가 먼저입니다.

기초지식이 있어야 질문의 수준이 올라가고, 질문의 수준이 올라가야 AI든 사람이든 제대로 된 답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려면 결국 경험이 필요합니다.



경험의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에 대해


요즘 경험을 쌓기 위한 기회의 사다리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공감합니다. 쉽게 부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 자체는 과거 어느 때보다 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사수를 만나야 알 수 있었던 것들, 비싼 교육을 받아야 접할 수 있었던 것들이 지금은 AI와의 대화 한 번이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경험의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준비된 상태에서 기회를 맞이할 확률을 높이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영역이고, 그 준비가 지금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한 가지 더,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AI가 좋은 답변을 주니까, 점점 AI에게만 물어보게 됩니다. 궁금하면 검색 대신 AI에게 묻고, 동료 대신 AI와 상의하게 되죠. 편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대화가 줄어듭니다.

AI는 정보를 줄 수 있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뉘앙스나 "나도 그때 그랬어"라는 공감은 사람에게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회의실이 아니라 커피 한잔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서, 검색으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얻었던 경험—개발자라면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오히려 제안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AI에게 얻은 지식을 들고 사람에게 가세요. "이거 AI한테 물어봤는데 이렇게 알려주더라,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AI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서로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식은 더 단단해지고, 관계는 유지됩니다.


AI 시대에도—아니, AI 시대이기 때문에 더—사람과의 관계와 경험은 대체할 수 없는 자산입니다.



정리하며


AI 시대에 무엇을 학습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사실 AI가 등장하기 전에도 늘 있었던 질문입니다. 기술은 바뀌고 도구는 달라지지만, 결국 중요한 건 변하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기초를 쌓고, 질문의 수준을 높여가는 것.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떤 도구가 와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만은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합니다.
AI가 대신 궁금해해 주지는 않습니다.
궁금증은 여전히 본인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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