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가일(Tangail) 가는 길

BTS 광 팬 만나

by 지구지고


이제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며칠 후면 방글라데시를 떠나야 하는 날 마이멘싱에서 2시간 30분 떨어진 탕가일에 다녀왔다. 중간에 모스크를 들러서 경찰 훈련소를 다녀오는 코스다. 8명이 탄 봉고차는 마이멘싱을 출발해서 묵따가차(Muktagacha)를 지나 마두푸르(Madhpur), 탕가일(Tangail)로 달렸다.

47.jpg 탕가일 가는 길에 만난 원숭이

차가 꽉 막힌 묵따가차 시장 주변에는 밴 릭샤 위에 하얗게 부풀어 오른 풀코피, 폭탄 돌리기의 폭탄 같은 동그란 가지, 위아래가 똑같이 뭉툭한 통통한 오이, 쭉정이가 들었을 것 같은 파란 콩 꼬투리와 알지 못하는 푸른 채소들을 잔뜩 올려놓고 팔고 있다. 릭샤왈라와 CNG왈라는 도로를 가득 메우고 요금을 흥정하는지 손님들과 손짓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농약사 주인이 밖을 멀뚱하니 내다보고 있는 가게 옆 길가엔 발랑 누운 자전거가 두 다리를 벌렸는데 뒷바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길 가엔 원숭이들이 소풍을 나온 것인지 놀고 있었다. 아니 내 눈에 놀고 있는 것이지 그들은 그들 나름의 일을 하고 있으리라.

탕가일 경찰 학교

한참을 달려 가스 충전소에 도착한 차는 충전소에 외곽까지 진을 치고 충전을 기다리는 CNG에 밀려 언제 충천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잠시 내려 차 가게에서 커피 한잔했다. 커피 가게 옆에는 수리소가 있어 방금 바퀴에 바람을 채워 넣은 릭샤가 나갔다. 수리소는 간판 하나 없었지만 단골들이 와서 바람 빠진 릭샤나 CNG에 공기를 충천하고. 풀린 곳이 있으면 조이는 정비소의 역할을 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정비라는 닦고 조이고 기름 치고를 모두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다. 안을 보니 있는 장비는 에어콤프레셔 하나가 전부였다. 작은 플라스틱 공구함에는 노란 고무 손잡이가 터진 펜치 한 개, 펜치에 가려 십자인지 일자인지 모를 손잡이가 빨간색이었을 드라이버 한 개, 두 손가락 구멍이 똑같은 가위 한 개, 몽키스패너 한 개, 스패너 세 개가 전부다. 이 연장으로 모든 것을 수리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이가 지긋한 가게 주인은 뭐든 다 고칠 수 있다며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201 모스크

묵따가차를 지나 '201 모스크'에 도착했다. 모스크는 큰 도로에서 20여분 들판 길을 지나 집이 드문드문 있는 곳에 있다. 황금빛으로 장식된 모스크는 지붕에 지름이 2미터쯤 되는 작은 돔이 200개이고 중앙에 7미터쯤 되는 큰 돔이 있어 모두 201개의 돔이 있다. 그래서 이름도 '201 모스크'라고 한다. 모스크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기도처는 타일을 깐 바닥이다. 이맘의 설교 교단 모스크의 정면에 있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쳤는데 사람 하나 겨우 올라갈 정도로 작았다. 권위라곤 찾아볼 수 없다. 남자 예배당이 1층이었고 여자 예배처는 2층에 있다. 창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거쳐 예배당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신학자 성 시메온이 말했듯이 ‘눈부신 빛의 섬광을 통해 인간과 신이 만난다는 말이 기독교에서만이 아니라 이슬람의 모스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했다.

마두푸르는 파인애플이 유명한 도시다. 방글라데시에서 파인애플을 가장 많이 생산하기도 하지만 맛도 좋기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마이멘싱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의 수류탄 같은 작은 파인애플도 여기 마두푸르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다. 길가에 넓게 펼쳐진 파인애플 농장은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인의 이민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하와이의 파인애플 농장처럼 넓게 펼쳐졌다. 1903년 처음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파인애플 농장 일꾼으로 하와이 땅을 밟은 이민 1세들의 애환을 들은 터라 “어떻게 수확하지”라는 오지랖 넓은 걱정이 됐다. 인건비가 가장 싸다는 방글라데시에서 사람을 동원해 수확하는 것은 일이 아닐 테지만 저 넓은 파인애플 농장의 수확을 하며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편 대가로 받는 것이 한국의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하니 먹먹하기도 하다. 마이멘싱에서 커다란 파인애플 하나에 100따카(1,100원 정도) 정도에 사 먹었으니 노동자들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정말 하루 양식을 사는 데도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두푸르를 지나니 도로 옆이 온통 들판이다. 벼를 다 벤 논은 소와 염소가 차지해 풀을 뜯고 되새김질을 했다. 논에서 볏짚을 나르는 손길도 분주하다. 다시 심을 모는 한 뼘은 자라 곧 심어야 하게 됐다. 벼를 심지 않은 논은 유채가 가득하다. 벌써 꽃이 펴서 노랑 물결이다. 누구는 멋진 유채 밭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서는 아무도 유채 꽃을 쳐다보지 않는다. 유채꽃을 보고 아무도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농사의 일부다. 유채의 키는 50센티미터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


탕가일에는 경찰훈련소(PTC)가 있다. 훈련소는 조그만 경찰 박물관과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예쁜 정원을 가졌다. 정원이 예쁘다는 기준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기준에 따른 것이다. 한국 같으면 어느 군청, 시청의 정원 정도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왔고 아이들은 즐겁게 놀이 기구를 타면 놀았다. 우리처럼 멀리서 훈련소를 찾은 사람들도 많았다. 라즈샤히(Rajshahi)에서 왔다는 가족은 막내딸이 BTS 광팬이라며 말을 붙여와 사진을 같이 찍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외국인을 만나면 무조건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만큼 붙임성이 좋다는 얘기다. 아무리 화려하고 좋은 곳이라고 해도 사람이 좋지 않으면 정이 가지 않는다. 여기 방글라데시엔 그런 사람보다 친절하고 따스한 사람이 많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은 모두가 그렇다. 여기 방글라데시를 여행할 땐 편견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해야 한다. 낯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주고받는 미소로 세상은 그만큼 행복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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