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엄지 하나면 충분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반장을 자주 맡았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반장’이라는 역할은 내 이름 앞에 늘 따라다녔다.
특별히 리더십을 배우거나 연습한 건 아니다.
그저 누군가 앞에 서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이 나에겐 자연스러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작은 아버지의 영향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어린 나에게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용기를 키워주시려 했다.
하루를 마치고 나면, 내 일기장을 펼쳐
“오늘은 어떤 하루였어?” 하고 다정히 물으셨고,
나는 그 앞에서 조용히, 때로는 쑥스러워하며 일기를 읽곤 했다.
그 시간은 마치 나만을 위한 작은 무대 같았다.
아버지는 늘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셨고,
때로는 “그 기분, 참 잘 적었구나” 하고 칭찬도 해주셨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사람들 앞에서도 내 생각을 말하는 게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을 지키는 일이, 누군가와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란 걸
조금씩 배워갔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발표를 하거나 대표로 나설 일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았고,
그런 나를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믿어주었다.
특별한 기억이 하나 있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의 오후였다.
선생님께서 “아이스크림 좀 사 올래?” 하셨고,
나는 반 아이들 모두에게 어떤 걸 먹고 싶은지 물어봤다.
그리고 정확하게 각자의 선택을 기억해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빠삐코, 스크류바, 메로나…
그 다양한 아이스크림이 손에 들려 있을 때,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며 웃으셨다.
“역시!”
그리고 손가락을 들어 엄지척을 해주셨다.
“그저 똑같은 것만 사 오지 않은 나에게 건넨 칭찬이었을까?”
그게, 어린 나에게는
세상의 어떤 칭찬보다도 기쁜 순간이었다.
그날 받은 작은 엄지 하나의 인정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서 내가 나를 믿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작은 기억 하나가, 누군가의 자존감을 오래도록 지켜줄 수 있어요.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기억이 될 수 있답니다.”
이 기억은 내 유년의 조각이다. 그리고 이 조각은, 오직 내가 지니고 있는 것.
당신의 마음에 닿았다면,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숨 쉬게 해주세요.
© 마음을 담은 기록, 하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