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홍콩에서 살아간다는 것

코로나 시대에 홍콩에서 살아간다는 것

by 은화

홍콩에서 승무원이라는 직업으로 십여 년째 살고 있는 지금, 코로나 시대에 홍콩에서 살아가는 일이 내 인생에서 손에 꼽히는 큰 챌린지가 되었다.

다들 전염병에 걸릴까 봐 전전긍긍할 때, 우리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존위 여부를 위협을 받았고 남들이 재택근무할 때 우리는 눈앞에서 모든 스케줄이 취소가 되는 일을 겪었다. 처음에는 너무 좋았다. 로딩도 낮고 스케줄도 넉넉해지고 쉬는 날도 많아지고, 언제 또 이런 날들을 누리겠는가 싶어서 발 뻗은 김에 쉬어가는 셈 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우리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의 노력에 의해서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삶들이 회사의 상황, 세계적인 상황, 홍콩의 상황, 변이 바이러스라는 종에 의해 자꾸만 바뀌어져 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려놓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아질 그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홍콩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은 스케줄이 있던 없던 내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것뿐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 치 앞의 상황을 모른다는 것, 앞으로의 일을 계획할 수 없었던 거였다. 언제 스케줄이 생기고 바뀔지 언제 취소될지 모르는 상황이 답답했다. 대기 중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가 처음에는 버겁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의 문의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린다고 했던가. 부정적이고 회의적이던 내 마음이 조금씩 홍콩이라는 나라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늘 떠나는 삶이었던지라, 홍콩에 십여년을 살면서도 홍콩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었던 시간들, 홍콩에 살면서도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살고자 했던 삶을 사소하지만 작은 것부터 누려보고 느껴보기로 했다. 봉쇄된 도시 안에서 하이킹을 하면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딤섬을 먹으면서, 야경을 보면서 사소하지만 작은 것부터 홍콩을 느끼는 시간들, 말도 안 되는 홍콩 정부의 제한이 힘들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틈틈이 잊고 지냈던 내가 홍콩에 진짜 살고 있구나 느끼게 해 준 시간들은 그것이 좋은 일이든 힘든 일이든 가치 있다고 느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다고 말했던 개그맨 말이 있지만, 늦었지만 이제라도 내가 머문 이곳, 내가 사는 이곳에 내 의미를 부여해보고 감사함으로 누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했다. 안 좋은 것에서 긍정을 바라보기란 정말 힘든 일이지만, 코로나 시대에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전염병을 넘어선 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이고 코로나 삼 년 째인 지금, 그 어느 나라에서는 위드 코로나로 가고 적응해가는가 하면 여기 홍콩은 여전히 코로나를 싸워야 하는 전염병으로 여기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상황에 순응하는 법, 때로는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부정적인 것에서 작은 감사함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 소소한 삶을 누려보는 것, 홍콩을 경험해 본다는 것을 배우기로 했다. 잊고만 지냈던 처음 홍콩 땅을 밟고 살게 되었을 때의 설렘과 감동을 십여 년 만에 다시 느껴보는 것, 코로나가 아니였으면 다시 느껴보지 못했을 초심을 가지게 해준 계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