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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별 이야기

빅 데이터 속 세상 |

by MeeyaChoi

스푸트니크 1호가 지구 궤도에 올라 반짝이는 가짜 별이 된 지 66여 년 만에 (1957), 계수나무 한 나무와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는 줄 알았던 하얀 달나라에 인간이 발을 디딘 지 54년 만에 (1969), 보이저가 초록빛 지구를 떠난 지 46년 만에 (1977), KARI 설립 34년 만에 (1989), 영국과 같이 개발한 '우리별 1호'가 프랑스령에서 발사되어 태극기 달린 첫 번째 가짜 별이 된 지 31년 만에 (1992), 미국에서 발사된 '다누리'가 달을 뱅글뱅글 잘 돈다는 소식이 들린 지 1년 만에 (2022), 드디어 온전히 우리 기술로 만든 나로호가 우리 땅 고흥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구름을 뚫고 올라가 가짜 별들을 무사히 지구 궤도에 풀어놓았다 (2023).


그림 1은 Our Workd in Data에서 가져와서 그린 세계가 쏘아올린 인공위성의 수다. NASA가 있는 미국이 1등이고, 러시아가 2등, 중국이 3등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도 남의 힘을 빌려서 총 68개를 쏘아올렸다. 그리고 드디어 온전히 우리 힘으로 한 개 쏘아올렸다.


Sattelites.png 그림1. 세계 인공위성의 수


인간이 달에 간 사실이 가짜라는 음모론이 퍼져나가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계속 지구 밖으로 날아가는 꿈을 꾸었고, 나도 만화 주인공 철이와 메텔을 쫓아 '은하철도 999'를 타고 이 별 저 별로 떠돌았다. 때마침 등장한 칼 세이건이 까만 우주 속으로 보이저를 따라가며 '코스모스'를 잘 설명해 줬고, 나처럼 진짜 별나라가 궁금해진 애들이 천문학 수업에 모여 새도 잠든 깜깜한 밤에 천문대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예쁜 목성과 귀여운 토성 띠를 봤다. 루카스가 어릴 적 상상으로 만들어낸 화 '스타워즈'에서는 한 마을보다 더 큰 우주 기지국에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납작한 비행접시를 타고 '갤로그 게임'처럼 광선을 쏘며 싸우고 폭발했고, 검은 옷과 투구로 얼굴도 다 가린 제국군 두목 다스 베이더가 주인공 루크와 알록달록 광선검을 들고 붕붕 싸우다가 'I'm your father!' 라며 우리나라 드라마 같은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순간, 그 충격은 폭발하는 별빛보다 더 강렬했다.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어느 추운 날씨에 천문대 앞으로 기꺼이 달려간 남편과 딸은 오들오들 떨며 밤새 고개를 들고 하늘을 봤고, 사람들이 '와~' 해서 고개를 돌리면 별꼬리조차 사라진 뒤라 별똥별 두 개만 봤으며, 옆에서 이불 깔고 누워 기다리던 어떤 아저씨는 잠드는 바람에 하나도 못 봤다는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해주고는, 며칠 열나고 앓았다. 이렇게 별이 만화로, 영화로, 망원경으로, 그냥 눈으로 늘 우리에게 왔다.


서양에서는 몇 백 년 걸린 1, 2, 3, 4차 산업혁명이 우리 땅에서는 전쟁(1950-1953)의 잿더미 위에서 70년 동안 몽땅 한꺼번에 몰아치며, 우리는 스스로 힘으로 가짜 별을 쏘아 올린 일곱 번째 나라가 되었고, 하루 24시간 불빛이 안 꺼지는 동네가 됐다. 해가 빌딩 숲 뒤로 넘어가고 도시에 어둠이 번지면, 숨어있던 별들이 하나 둘 땅으로 내려와 어느새 하늘은 까맣게 텅 비고, 이 집에 반짝 저 집에 반짝, 가로등에 주르륵 반짝, 달리는 자동차에서도 반짝이며 긴 도로는 가짜 은하수가 되고, 가짜 별빛이 일렁이는 검은 강물은 잠도 안 자고 도도히 흐른다. 고단한 하루를 온 힘으로 버틴 사람들은 삼삼오오 불빛을 별빛 삼아 너 한 잔 나 한 잔 하고, 하늘에 오른 가짜 별이 찍어서 보내주는 지도를 찾고 날씨를 살피며 내일을 또 어떻게 살지 시름에 젖는다.


문이 안 열리는 바람에 도요샛 하나가 하늘까지 올라갔다가 밖으로 못 나갔다는 뉴스에, 남의 나라 기술을 얻으려고 버린 종이도 뒤지며 오랜 세월 애썼을 우리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실망이 떠올랐다. 그들은 이 또한 '성공의 과정'이 되도록, 안 열린 문 한 짝과 연결된 모든 부품과 프로그램을 다시 점검하고 원인을 찾아내는 지난함을 또 견딜 것이다. 그리고 구경꾼인 나는 그들의 긴 호흡을 감사히 기다리며, 업그레이드된 도요샛이 더 멋진 이름으로 다시 하늘에 올라 반짝이는 꼬마 가짜 별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사람이 죽어야 별에 간다 했던 고흐가 만약 불빛이 찬란한 지금 여기 살고있다면,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을까?


맨주먹으로 시작한 이 땅의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영원한 성공을 응원하며 써보았습니다.


* 나로호(2023)의 8기 인공위성, 차세대소형위성 2호, 큐브 위성 도요샛 4기, 루미르, 져스텍, 카이로스페이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RI https://www.kari.re.kr/kor/sub03_04_01.do


* 세계의 우주전쟁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소련 스푸트니크 1호.

1958년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

1969년 아폴로 11호, 닐 암스트롱 달에 첫 발 디딤.

1977년 미국 NASA, 우주 텀사선 보이저 1, 2호 발사. 2023년 현재, 아직도 비행 중.

1990년 미국 NASA, 인공위성 허블 우주 망원경.

2021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 인공위성 자체 발사한 나라

소련(1957), 미국(1958), 유럽 프랑스 (1965), 일본(1970), 중국(1970), 인도(1981), 대한민국(2023).


*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활동성 비활동성 인공위성 등 우주발사체의 수는 엄~~~청 많다. 유럽우주국 ESA는 쓰레기가 된 노후 기상위성 아이올리스를 추락시켰다 (2023).


* 우주 만화와 우주 영화

은하철도 999. 마츠모토 레이지. 1980년대 MBC 방영.

주인공 철이가 엄마를 찾아서 메텔과 기차를 타고 우주 여행하는 이야기.

기계화로 황폐해지는 지구와 인간을 비판한다.

스타워즈. 조지 루카스, 1 (1977), 2(1980), 3(1983), 프리퀄 1(1999), 2(2002), 3(2005)

디즈니, 시퀄 3부작 (2015-2019)

ET (1982)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귀여운 외계인과 꼬마들 이야기.

갤로그 게임. 우주선 부수기 게임.

토탈 리콜 (1990). 폴 버호벤 감독, 아놀드 슈바이제네거 주연. 2084년 화성에 가는 이야기.

컨텍트 (1997) 레아 뱅첼린 감독. 조디 포스터 주연. 외계인과 통신.

그래비티 (2013) 알폰소 쿠라론 감독, 산드라 블록 주연. 허블 우주 망원경 수리 중 사고.

인터스텔라 (201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4차원을 시각적으로 표현.

마샨 (2015) 리틀리 스콧 감독, 멧 데이먼 주연. 혼자 화성에서 살아남기.

히든 피겨스 (2016) NASA에서 일한 최초의 흑인 여성 수학자와 프로그래머들의 이야기


* 고흐(1853-1890) 영혼의 편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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