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하면서 지치지 않으려면

제3장 가치관 편

by 겨울나무

연애는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시작하지만, 이별이 오면 내가 얼마나 별로인 사람인지 깨달으면서 끝이 난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연애입니다. 요즘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다 괜찮아 보여서 큰일입니다. 외로운 건지, 핑크빛 봄바람 때문인지, 작은 일에도 마음이 일렁이네요. 하지만 그 어떤 확신도 들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과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거리가 머니까요. 그리고 정작 이상형이 뭐냐고 물으면 선뜻 답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에 공통점이 없어요...


그래도 어렴풋이 제가 다가가게 된 계기가 있다면 왠지 이 사람이라면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였어요. 저를 챙겨줄 사람을 찾는 것도 좋지만, 제 작은 노력에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을 볼 때 제 마음이 더 몽글몽글하게 채워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현실적인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바로 '너무 잘난 사람'과 '너무 망가진 사람'은 못 다가가겠습니다... 너무 완벽하고 잘난 사람 옆에 있으면 '앗, 나도 저 기준에 맞춰야 하나?' 싶어서 혼자 눈치 보고 뚝딱거리느라 체할 거 같아요. 반대로 너무 망가져 있어서 제가 멱살 잡고 끌어올려 줘야 하는 분도 곤란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다가 제 체력과 멘털이 먼저 거덜 날 테니까요. 그래서 제가 아무리 좋아해도, 저와 함께하는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그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면 마음을 접어버립니다.


요즘은 일단 들이대고 보지만 예전엔 관계가 참 조심스러웠어요. '내 마음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가갔다가 상처만 주면 어떡하지?' 하고 지레 겁을 먹었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십 년 지기 절친이랑도 밥 먹다가 투닥거리는데 쌩판 남이 만나서 알아가는 과정에 어떻게 상처가 0% 일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난 절대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을 테야!' 하고 결연해질 필요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직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에 너무 눈을 부릅뜨고 "이것이 나의 무거운 진심이다!" 하고 들이밀면 솔직히 좀 무섭잖아요? "우리 가볍게 한번 알아가 볼까요?" 하는 산뜻하고 가벼운 태도가 상대방도 숨통이 트이고 훨씬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그래도 제 착각으로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일은 없도록 제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착각을 구별하는 저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 저 사람을 꼬셔서 날 좋아하게 만들까?' 하고 머리를 굴린다면, 그건 아직 덜 빠진 겁니다. 진짜 좋아하게 되면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저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고 그 사람의 입장을 먼저 살피게 되거든요. 만남 내내 자기 자랑만 주야장천 늘어놓는 사람치고 진짜 찐사랑인 경우, 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쉽게 말해서 제가 제 자랑을 늘어놓으면 그건 잠깐의 설렘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정말 좋아하면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나를 보게 하려고 바쁜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보기에 바빠져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이상하게 연애의 관한 생각을 하면 끝은 인간관계의 본질로 넘어와 버립니다.


우리는 맞춰줄 것인가, 맞출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제 고집만 부리면 사회생활이 힘들어지고, 그렇다고 매번 남한테만 맞추려다 보면 제 자신이 사라져 버리니까요.


예전의 저는 감정의 진폭이 참 큰 사람이었어요. 누군가 좋아지면 훅 다가가고, 싫어지면 너무 멀찌감치 물러나 버렸죠. 그렇게 양극단을 오가며 매 순간 100%의 에너지를 쏟아붓다 보니, 결국 가장 먼저 지치는 건 저 자신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마음 편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완벽하게 맞춰주려고 애쓰는 대신, 상대방의 기분 온도를 '딱 10도만' 나아지게 해 주자'고요. 기뻐할 때는 기쁨을 70에서 80으로 살짝 올려주고, 우울해할 때는 슬픔을 60에서 50으로 덜어주는 거예요. 이 정도면 저에게도 무리가 없고 상대방에게도 충분히 따뜻한 다정함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누군가 저에게 속마음을 꺼낼 때, 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묘한 불안감을 봅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나 이런 감정 느껴도 되나?' 하고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화할 때 '딱 10%의 상상력'만 발휘합니다.


누군가 자랑을 할 때는 '저걸 해내려고 뒤에서 얼마나 노력했을까?', 슬퍼할 때는 '말을 꺼내기 전까지 혼자 얼마나 끙끙 앓았을까?', 화를 낼 때는 '저 상황에서 얼마나 억울했을까?' 하고 그 사람의 입장을 조금만 상상해 보는 거예요. 그렇게 10%의 이해를 담아 고개를 끄덕여주면, 상대방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낍니다. 제 역할은 정답을 완벽하게 맞히는 게 아니라, 그 불안한 마음을 안심시켜 주는 거니까요. 이건 제 작은 상상일 뿐이라 틀려도 큰 부담이 없어서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신경 쓰는 정도가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요?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잃어가면서까지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달달하면서 맹숭맹숭한 봄날, 여름이 오기 전에 조금 더 만끽해 봅시다. 내일은 어떤 일이 오든 10%만 애써보는 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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