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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빛 레오 Oct 05. 2024

얼굴이 빨개지는 병에 걸리다

코로나후유증을 아직 극복 못한 이야기 

점심 식사를 하다가 또는 일을 하다가 갑자기 맞은편에 있던 사람이 묻는다.

 "얼굴 왜 빨개요? "

-"얼굴이 빨개지는 병에 걸렸어요."

"???"


작년 12월이었다. 딸아이 수능시험이 끝나고 수시 지원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중 3년간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어찌어찌 코로나를 이겨내고 나니 이번엔 엄청난 치아염증과 함께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빨개지는 증상이 생겼다.  치아는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치아재식술을 받고 지금도 회복되는 중이지만 얼굴이 달아오르는 증세는 없어지질 않았다. 

 얼굴이 빨개지는게 무슨 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온 얼굴이 화끈거리며 열이 함께 나기 때문에 결코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었다. 치아재식술은 잘 되었고 얼굴 증상은 치아와 관계가 없다는 치과대학병원 교수님의 말을 들은 후 이비인후과부터 부인과, 류마티스내과까지 여러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받았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치아와 연결된 부비동의 염증이 모두 치료된 상태라서 얼굴증상은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한때 루푸스에 걸렸는데 내가 비슷해보인다는 동료의 말을 듣고 혹시나 싶어 류마티스내과에도 갔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우리 과 증세가 아니에요'라고 하셨다. 어떤사람은 갱년기증세가 틀림없다고 하기에 부인과에서 갱년기검사까지 받았다. 결국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대학병원 피부과였다. 피부과를 처음부터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증세가 코로나와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굴을 피부과 교수님은 전형적인 주사피부염이라면서 한번에 나를 본인의 환자로 받아주셨다. 몇 달을 원인을 알지 못하던 병명이 뭔지 알아냈을때의 그 안도감이란... 

 이후 유투브나 검색을 통해 내 증세와 비교해 보니 자몽에이드를 먹고 갑자기 열이 났던 것,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달아오르던 것 등이 딱 내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피부과에서는 혈압약과 항우울제, 알러지약을 처방받았다. 피부과에서 항우울제와 혈압약을 처방받는게 좀 이상하기도 했고 꺼려졌지만 신기하게도 약을 먹은 다음날부터 바로 하얀 내 얼굴색 돌아왔다. 그리고 4주마다 약을 처방받은지 벌써 6번이 지났다. 처음보다 약을 먹는 횟수는 줄어들었는데 아직 증세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약을 먹으면서 전부터 있던 불면증세가 사라지고 잠을 푹 자게 되어 그 또한 좋은 점이긴 하지만 항우울제를 오래 먹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에 어서 이 이상한 병에서 벗어나고 싶다. 

 남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감기보다도 가볍게 지나가기도 했다는데 나는 왜 이런 희한한 증세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참 서글픈일이다. 누구 나처럼 얼굴빨개지는 병에 걸린 분 또 있나요?

*먹지 말아야 할 것은 뜨거운 음식, 매운 음식, 자몽, 레몬, 술

*가지 말아야 할 곳은 더운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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