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후유증을 아직 극복 못한 이야기
점심 식사를 하다가 또는 일을 하다가 갑자기 맞은편에 있던 사람이 묻는다.
"얼굴 왜 빨개요? "
-"얼굴이 빨개지는 병에 걸렸어요."
"???"
작년 12월이었다. 딸아이 수능시험이 끝나고 수시 지원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중 3년간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어찌어찌 코로나를 이겨내고 나니 이번엔 엄청난 치아염증과 함께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빨개지는 증상이 생겼다. 치아는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치아재식술을 받고 지금도 회복되는 중이지만 얼굴이 달아오르는 증세는 없어지질 않았다.
얼굴이 빨개지는게 무슨 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온 얼굴이 화끈거리며 열이 함께 나기 때문에 결코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었다. 치아재식술은 잘 되었고 얼굴 증상은 치아와 관계가 없다는 치과대학병원 교수님의 말을 들은 후 이비인후과부터 부인과, 류마티스내과까지 여러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받았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치아와 연결된 부비동의 염증이 모두 치료된 상태라서 얼굴증상은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한때 루푸스에 걸렸는데 내가 비슷해보인다는 동료의 말을 듣고 혹시나 싶어 류마티스내과에도 갔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우리 과 증세가 아니에요'라고 하셨다. 어떤사람은 갱년기증세가 틀림없다고 하기에 부인과에서 갱년기검사까지 받았다. 결국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대학병원 피부과였다. 피부과를 처음부터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건 이 증세가 코로나와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얼굴을 본 피부과 교수님은 전형적인 주사피부염이라면서 한번에 나를 본인의 환자로 받아주셨다. 몇 달을 원인을 알지 못하던 병명이 뭔지 알아냈을때의 그 안도감이란...
이후 유투브나 검색을 통해 내 증세와 비교해 보니 자몽에이드를 먹고 갑자기 열이 났던 것,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달아오르던 것 등이 딱 내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피부과에서는 혈압약과 항우울제, 알러지약을 처방받았다. 피부과에서 항우울제와 혈압약을 처방받는게 좀 이상하기도 했고 꺼려졌지만 신기하게도 약을 먹은 다음날부터 바로 하얀 내 얼굴색 돌아왔다. 그리고 4주마다 약을 처방받은지 벌써 6번이 지났다. 처음보다 약을 먹는 횟수는 줄어들었는데 아직 증세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약을 먹으면서 전부터 있던 불면증세가 사라지고 잠을 푹 자게 되어 그 또한 좋은 점이긴 하지만 항우울제를 오래 먹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에 어서 이 이상한 병에서 벗어나고 싶다.
남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감기보다도 가볍게 지나가기도 했다는데 나는 왜 이런 희한한 증세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참 서글픈일이다. 누구 나처럼 얼굴빨개지는 병에 걸린 분 또 있나요?
*먹지 말아야 할 것은 뜨거운 음식, 매운 음식, 자몽, 레몬, 술
*가지 말아야 할 곳은 더운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