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의 단맛과 봄동의 풋내 사이에서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에스엔에스(SNS)의 알고리즘을 가득 채웠던 두바이 쫀득 쿠키의 열풍이 무색해졌다.
화려한 외양과 자극적인 단맛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던 그 유혹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소박한 봄동비빔밥이 대신하고 있다.
배달 앱 검색어 순위마저 뒤바꾼 이 극단적인 변화는 단순히 음식의 기호가 바뀐 것을 넘어, 우리 시대가 무엇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표가 된다.
이 기묘한 유행의 흐름 중심에는 제트세대의 '제철코어'라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제철코어는 계절마다 돌아오는 음식을 기어이 찾아 먹고, 그 시기에만 허락된 감각적인 경험을 수집하는 행위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사계절의 경계가 무너지고 절기가 희미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제철'이라는 감각은 겪어보지 못한 과거에 대한 특별함이자 일종의 향수가 된다.
3천 원 남짓한 소박한 재료로 식탁을 채우는 행위는 화려하지만 휘발성이 강한 유행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가장 경제적이고 확실한 위안이 되기도 한다.
우리말에는 함께 밥을 먹는 입이라는 뜻의 '식구(食口)'라는 표현이 있다. 함께 식사하는 사이를 가족처럼 여기고 소중히 대하는 태도는 먹는 일에 진심인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정서이다.
서구에서 유래한 '동료(Companion)'라는 단어 역시 '함께(con)'와 '빵(panis)'을 나누는 사람이라는 어원을 가진다.
유행하는 음식을 사기 위해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누며 안타까움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모든 과정은 결국 우리가 익명의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받고 싶은 본능적인 몸짓이다.
봄동이라는 식재료를 통해 우리는 길고 지루했던 겨울을 잘 견뎌냈다는 무언의 위로를 나눈다. 화려한 두바이 쿠키에서 소박한 봄동비빔밥으로 이어지는 이 간극은, 우리가 갈구하는 것이 단순히 미각적 쾌락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고, 식구라는 이름 아래 공동체의 온기를 느끼며, 비로소 동시대인으로서의 소속감을 되찾는다.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새로운 유행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결국 타인과 함께 나누는 식탁의 가치이다. 지겨운 겨울을 버티고 기어이 고개를 내민 봄동의 푸른 잎사귀처럼,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 것은 화려한 도파민의 자극보다 곁에 있는 식구와 나누는 소박한 밥 한 그릇의 온기일지도 모른다.
계절의 흐름을 입안으로 마중 나가는 이 수고로운 유행이 반가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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