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양조법은 대기권을 넘어섰다

우주에서 온 9억 원짜리 술

by 이상한 나라의 폴


인류가 지구라는 요람을 벗어나 우주의 심연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그 낯선 공간에 무엇을 가져가야 할까.


첨단 과학 장비와 생존을 위한 필수품도 중요하지만, 인간다운 삶을 지탱해 주는 문화적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일본의 주조 회사 '닷사이'가 보여준 행보는 인류가 달에 거주하게 될 미래를 한층 더 구체적인 현실로 끌어당겼다.


그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류의 오래된 유산인 누룩과 쌀을 이용해 청주를 빚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규슈 남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화물 보급 우주선 HTV-X 1호기에 실려 보낸 양조 설비는 우주의 무중력과 방사선을 견디며 미생물의 숨결을 담아냈다.


지구의 중력이 사라진 공간에서 과연 발효라는 미시적인 생명 활동이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지난 6일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발효물에서 알코올이 검출됨으로써 기분 좋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쿠라이 히로시 회장의 "우주 공간에서 발효가 가능할지 몰랐지만 이제는 안심했다"라는 고백은 기술적 성취 이상의 안도감을 준다.


이 특별한 술의 이름은 '닷사이 문(Moon)'이라 명명되었다.


단 100ml 분량의 이 청주는 약 1억 엔, 한화로 약 9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가격에 이미 예약 판매가 완료되었다.


누군가는 100ml당 9억 원이라는 액수를 터무니없다 여길지 모르나, 여기에는 단순한 기호품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다.


판매 대금 전액은 일본의 우주 개발 사업에 기부되어, 우리 다음 세대가 우주에서 삶의 활력을 누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쓰일 예정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본질은 기록적인 가격표보다 인류의 거주 영역 확장에 따른 문화의 전이에 있다.


사쿠라이 회장의 말처럼 술은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이며, 이번 성공은 달 표면에서의 양조가 단순한 공상이 아닌 실제적인 출발 선상에 섰음을 의미한다.


닷사이는 이 발효물에서 찌꺼기를 제거하는 추가 작업을 거쳐 최종적인 술을 완성할 계획이다.


우주비행사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이 액체는 인류가 지구 밖에서도 고유의 식문화를 계승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우주에서 온 이 작은 발효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인류가 대기권을 넘어 달로 향할 때, 우리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발효의 미학까지 함께 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9억 원이라는 가격표는 어쩌면 극한의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는 인류의 유희와 창조적 본능에 매겨진 경의일지도 모른다.


이제 인류의 양조법은 중력을 이겨내고 저 멀리 우주의 심연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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