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짜리 '두쫀쿠'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새벽 집 현관에 여러 배송이 도착했다. 주문자인 딸아이는 엷은 흥분을 띈 채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뭐? 두쫀쿠? 그게 뭐냐?"
"두바이 쫀득 쿠키!".
그걸 직접 만들어 보겠다며 평소 주방에 얼씬도 않던 그녀가 친히 행차하셨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12년간 중동생활을 했던 나였다.
두바이 초콜릿은 기억하는데, 두바이 쫀득 쿠키라니?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조사해 보았다. 그게 뭔데?
이 낯선 이름의 디저트는 중동의 전통 음식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된 이른바 '두쫀쿠'는 지난해 유행했던 '두바이 초콜릿'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버터에 볶은 카다이프면과 피스타치오 크림을 섞는 기본 방식은 동일하지만, 여기에 마시멜로 반죽을 더해 동그랗게 빚어낸 뒤 초콜릿 가루를 입힌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이름은 쿠키지만, 실제 식감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떡에 가까운 쫀득함을 자랑한다. 바삭함과 쫀득함이 공존하는 이른바 '겉바속촉'의 공식이 정확히 적용된 하이브리드 디저트인 셈이다.
개당 5천 원에서 1만 원이라는, 디저트치고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요 상권에서는 연일 오픈런과 조기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 열풍의 본질은 맛보다는 '보여주기'에 있다. 칼을 대는 순간 드러나는 화려한 단면과 바삭하게 부서지는 소리, 쫀득하게 늘어나는 질감은 숏폼 영상 콘텐츠로 소비되기에 최적화된 요소들이다.
실제로 SNS상에서는 먹는 모습보다 쿠키를 자르는 '커팅식' 영상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아이브 장원영 등 유명 셀럽들의 인증이 더해지며, 나도 이 유행에 뒤처질 수 없다는 강렬한 동조 심리가 폭발적인 확산을 만들어냈다.
이번 유행의 특기할 만한 점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골목 상권의 소상공인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레시피가 비교적 단순하고 소량 생산이 가능해, 의사결정이 복잡한 기업보다 개인 카페나 제과점의 대응이 월등히 빨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카페를 넘어 반찬 가게나 한식당까지 이 쿠키를 미끼 상품으로 내걸고 고객 유입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핵심 재료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의 높은 수입 의존도로 인해 원가 부담이 크고, 수급 불안정이라는 리스크가 생산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황 속에서도 지갑이 열리는 심리적 기제는 무엇일까. 소비자는 1만 원대의 디저트를 과한 사치가 아닌, 고물가 시대에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사치'이자 감정적 보상으로 합리화한다.
또한 '두바이'라는 키워드가 주는 이국적 이미지는 일상 속에서 짧은 여행을 떠난 듯한 대리 만족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타인의 선택을 추종하는 '디토(Ditto)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단순히 맛보는 것을 넘어 유행을 경험하고 인증함으로써 소속감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이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열풍의 수명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로 내다보고 있다.
마카롱이나 탕후루가 그러했듯, 이 또한 하나의 지속 가능한 식문화라기보다는 스쳐 지나가는 '이벤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은 곧 새로운 대상으로 이동할 것이다. 하지만 메뉴는 사라져도 소비 방식은 남는다.
줄을 서서 구매하고, 단면을 잘라 전시하고, SNS에 인증하는 일련의 과정은 이미 하나의 견고한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두쫀쿠'가 사라진 자리에는 곧 또 다른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저트가 채워질 것이며, 우리는 같은 패턴의 유행을 반복해서 목격하게 될 것이다.
#두쫀쿠 #두바이쫀득쿠키 #디저트트렌드 #2026트렌드 #두바이초콜릿 #마케팅인사이트 #골목상권 #소상공인창업 #카페창업 #소비심리 #디토소비 #푸드트렌드#디저트그램 #오픈런 #겉바속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