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영 Sep 24. 2022

학교 길에서다.

13. 밑 빠진 독에 물 채우기

“선생님들 다 아시죠?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힘들다는 것 알지만 그래도 선생님들께 또 한 번 나가 주십사 하는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오늘은 모든 것을 인원 확보에 초점 맞추시고 움직이어 주시기 바랍니다.”

한 마디로 총동원령이다.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 같은 어두운 분위기가 깔리고 있기에, 교감 선생님의 당부에는 절박함이 묻어있었다. 원서 접수 첫날 직원 조회에서 커트 관련 통보가 아닌 인원 확보를 강조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약간의 온도 차는 있었다.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없는 아이들을 만들어 오냐는 사람도 있었고, 코로나 상황에, 원격 수업하는 학교가 많다 보니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야 안내를 하든 설득을 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이도 있었다. 또 이런 상황을 초래하게 한 잘못된 학과 개편을 탓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투정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주어진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도 무엇이든 할 수밖에. 경석은 안미연 선생님의 지원 요청이 있는 중학교로 출장을 가며 생각이 많아졌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라고 하면 사람들은 밑 빠진 독에 어떻게 물을 채우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넣는 일이 다 헛수고일까? 

빠지는 양보다 더 부으면 채울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경석은 그것이 현실적은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자신이 끝까지 움직이는 것은 사실 흘러나가는 물이 다 버려지는 것이 아님을 믿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이기는 버려지는 것처럼 보이는 물이 콩나물시루에서 콩을 키워내듯이 간절한 홍보 발길이 인원 확보라는 수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믿고 싶은 것이다.

R 중학교 상담실에 자리 잡은 경석과 미연은 준비해 간 홍보물을 펼쳐 놓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어제 홍보하고 가신 후에 2명이 관심을 보여, 그 아이들 오라고 했습니다. 상담 후에 결과 알려주세요.”

다분히 사무적인 태도를 보이는 3학년 부장이 나간 후 아이들이 들어왔다. 아이들은 호기심과 걱정이 반씩 섞인 태도를 보이었다. 

“안녕? 어서 와. 우선, 이 홍보지 같이 보며 우리 학교 학과 소개받아 볼래?”

“네” 

안미연 선생은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통해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하나하나 해결해 주었다. 경석은 안미연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어 가며 담임 맡았던 졸업생들의 취업과 진학 과정에 대한 사례를 소개해 주었다. 특히 한 아이가 공무원에 관심을 보이기에 학습 분위기가 잘 조성되고 있는 공공사무행정과 운영 사례를 많이 소개해 주었다. 학과 특징 소개와 교육과정, 동아리 운영 실태 등 한 시간이 넘어가는 상담 끝에 두 아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 최종적으로 부모님의 동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우리 학교 지원에 대한 확답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 덕분에 두 명 늘렸어요. 대단한 수확 아닌가요? 제가 맡은 학교에서 한 명의 지원자도 없어서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2명 만들어 가니 마음이 한결 가벼운 것 같아요. 고마워요. 선생님”

안미연은 홍보 내 불편했던 속내를 풀 수 있음에 감사했다. 경석은 안미연이 매번 출장 후 지원자가 0이라는 보고를 교감 선생님께 할 때, 받던 무언의 스트레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2명의 지원자를 늘렸지만, 홍보부 쪽 통계 창에는 마이너스 숫자가 선명했다. 

작가의 이전글 학교 길에 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