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확진자 대책회의
회의에 참석한 비상 대책 위원들의 무거운 마음이 k-94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고 있었다.
회의를 준비한 학생부장이 대응 지침 요약본을 나누어 주었고 그에 따라 지침 항목을 하나하나 점검해 가기 시작했다.
교육청 방침에 따라 작성해 두기는 했었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하리라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훈은 교무부장이 담당해야 하는 역할에 붉은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제일 먼저 아침 교문 출입을 통제한 상황을 행정실장이 언급했다. 경비실의 도움으로 학교 정문 폐쇄조치를 진행한 점을 시작으로 미처 연락받지 못하고 등교한 학생 3명을 귀가시킨 내용의 보고가 이루어졌다. 다음으로 방역 당국에 신고 절차와 역학조사 관련 준비 사항에 대한 역할 분담이 업무 조직도에 따라 이루어졌다. 지훈은 현 상황에 대한 가정통신문 발송과 원격 수업 전환에 따른 학사일정 변경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행이라면 2차 지필 평가가 끝나고 방학 직전의 상황이라 학생 관련 행사가 많지 않았다. 밀접 접촉자로 예상되는 교사와 학생들에 대한 주의 관찰과 선제 검사 안내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우선 접촉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교사와 학생들이 선별 검사를 받는 상황을 보건 교사를 통해 자료 집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학교 폐쇄조치와 학교 자체 방역과 보건소 지원 방역에 대한 논의를 끝으로 대응 지침 항목에 맞추어 진행된 회의는 끝이 났다. 하지만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지훈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방역 당국에 의한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될 인원이 얼마나 더 나올 것이며, 나아가 혹여나 제2, 제3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할 시에는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고민도 오래가지 못했다. 학교로 계속 걸려 오는 전화에 응답해야 했다.
“감사합니다. Hn학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평소 하는 인사말을 내뱉기도 전에 성난 말투가 튀어나왔다.
“누가 확진되었나요? 우리 아이 괜찮은 거예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당황스러웠지만, 지훈은 잠시 여유를 두고 응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님 많이 놀라셨죠? 아직 보건당국에서 역학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자세한 안내를 드릴 수 없습니다.”
지훈의 차분한 대응에 오히려 더 성이 나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화기 넘어 거친 숨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줘야 할 거 아니냐고요? 우리 아이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그래야 또 내가 일을 나갈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게 말이에요. 몇 학년 학생이에요? 아니면 선생님이에요? 나 원 참.” 거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채 전화는 끊어졌다.
이런 식으로 걸려 오는 전화에 지훈은 개인 정보 보호법에 따라 확진자에 대한 어떤 개인 정보도 학교에서는 제공할 수 없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해하겠다는 학부모의 응답보다는 막무가내식 항의를 더 들어야 했다. 관련법에 따라 확진자와의 접촉 정도와 장소, 등에 대한 정보 등도 보건당국에서 개인적으로 제공하는 것 외에 학교에서 제공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을 때마다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한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지훈은 답답해하는 학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기는 했으나 반복되는 전화에 감정의 수위가 올라가기도 했다. 지훈은 전화 중간중간 학부모의 궁금증을 빨리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일련의 상황에 대한 가정통신문 작성을 서둘렀다. 그리고 e-알림을 통해 내용을 발송했다. 하지만 가정통신문이 나가고 나서도 문의 전화는 이어졌다.
전화 거신 학부모들이 지닌 불안함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선제 검사를 위한 선별 진료소 방문을 권유했지만, 그것으로 불안함을 잠재울 수 없었다.
학부모와의 전화 응대를 하면서 선별 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지훈은 복잡한 감정이 교차함을 느꼈다. 지훈은 학부모와 달리 접촉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한 단계 위의 걱정이 있었다. 별일 없을 것이라 말하는 이성과 달리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다. 더구나 선별 진료소에 도착해 검사에 앞서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서 방송으로만 접했던 코로나-19가 자신에게까지 엄습해 오고 있음을 느꼈다. 검사 시료 채취를 위해 도구를 콧속 깊이 찔러 넣은 순간 자신도 확진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web 발신]
박지훈 님 7/19 코로나 19 유전자 검출검사(PCR) 결과 음성입니다.--00 보건소
지훈은 검사 결과 음성 확인 문자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문자 하나에 마음 졸여 본 적이 언제였는가 하는 생각이 스쳐 갔다. 그리고 나약하고 소심한 인간의 본성의 바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확진으로 몸과 마음 모두 제일 힘들 기현희 선생님은 어떤 감정일지 걱정되기도 했다. 바이러스 감염이 언제 어디서 왔고 또 누구에게 퍼져나갔는지 모르기에 아마도 많이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보호받고 치료받아야 할 대상이 분명함에도 어느새 기피 대상이 되어있는 자신을 본다면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어린아이들도 확진되어 있다면 그 마음의 무거움이 어떠할까 쉽게 단정 지을 수 없을 정도였다.
전화로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지 몰라 전화하기도 조심스러웠다. 안부를 묻는 카톡만 겨우 몇 자 적을 수 있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울리는 ‘깨톡’은 지훈에게 이런 상념에 빠져 있을 여유도 주지 않았다.
비상대책위 단톡방의 알림음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 확인되고 있었다. 적어도 코로나 확진자의 학교 내 확산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었다. 잠복 기간이 뚜렷하게 얼마인지도 모르고 언론을 보면 음성이던 사람이 확진으로 판명이 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성 확인과 같은 반가운 카톡도 있었지만, 선별 진료소 방문 가는 아이들의 출결 처리부터 원격 수업 중의 교사 수업 조정, 그리고 고3 백신일 예약과 사전 교육 일정 등 지훈이 답변해야 할 질문들이 계속 쏟아져 들어왔다.
그중에 기현희 선생님과 접촉 가능성 있는 학생들의 선제 검사 유도가 가장 큰 문제였다.
방역 당국의 개인 정보 보호 지침에 따라 특정인과 장소를 공지할 수 없기에 혹시 모를 인원에 대한 선제 검사 실시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비상대책위 단톡방에서 보건 교사가 작성한 ‘7월 16일에서 7월 17일 사이에 진학 상담을 받은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께 알리고 가까운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기 바랍니다.’라는 문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특정 교무실이라도 지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 이상의 표현은 검사자 수는 줄일 수 있더라도 환자 정보 노출이 우려되어 시행할 수 없다는 보건소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를 받게 해야 하는데, 다수의 학생과 교사들이 선제적으로 협조해 줄 수 있느냐가 화두였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어떤 경로로 전달해야 하는가도 문제였다.
상황 발생 후 순서 없이 쏟아지는 카톡들로 인해 혼선이 오고 있다는 담임들의 의견이 이미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결국, 부장 단톡방-학년 담임 단톡방-학급 단톡방 순서로 제공하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전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가 계획된 대로 순차적으로 진행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양한 단톡방에서 같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도 문제였지만 중간 단계에서 한동안 전달이 끊기는 것도 문제였다.
<학년 담임교사용>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
능동감시 대상과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안내는 되었습니다. 이 연락을 못 받은 경우는 크게 의심하지 않아도 되나, 혹여 있을지 모를 증상자들에 대한 선제 조치로 다음과 같은 문자가 학생들에게 제공되었습니다.
‘7월 16일에서 7월 17일 사이에 진학 상담을 받은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께 알리고 가까운 선별 진료소를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에 학생들에게 질문이 올 경우, 진학 상담을 적극적으로 한 경우 선제적 조치로 검사받도록 안내해주시기 바랍니다. 특정인에 대한 정보 노출이 되면 안 됩니다.
나름 정리된 자료라 생각하고 나간 카톡 내용이었지만 이후에도 질문이 이어졌다. 학생‧학부모들의 질문 때문이기는 하겠지만, 담임들의 카카오톡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 관련 예방 가정통신문과 다음 주로 예정된 고 3 학생들 백신 접종 신청과 관련된 내용을 의논한다는 카카오톡 연락도 이어졌다.
지훈은 순간 자신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카카오톡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느꼈다.
‘깨톡’
3학년 담임 방에 백신 예방접종 관련 동영상 링크 발송되었나요?
‘깨톡’
백신 접종 관련 학부모 동의 양식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