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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영 9시간전

면접지도의 어려움

면접을 앞두고 학생이 찾아왔다. 근심 어린 눈빛이 이미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이미 모 공기업 최종 면접에서 실패했기에 답답한 마음과 불안함이 더 커 보였다. 열아홉이라는 어린 나이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넘어야 할 산이기에 산을 오르는 법을 같이 고민해 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면접 지도다. 객관적으로 표현되는 성적과는 달리 첫인상 이미지(복장, 외모) 관리에서부터 질문 내용 준비, 면접 태도(말투, 자세 등), 나아가 아이가 지녀야 할 인성에 이르기까지 한 아이가 지니는 모든 부분을 다듬고 관리하기란 결코 쉬울 수 없다. 더구나 이런 측면을 담당해야 하는 교사 연수도 많지 않기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면접을 앞둔 아이들의 불안감에 대한 돌봄도 쉽지 않다. 면접에서 잘못된 답변을 하거나 실수를 할까 봐 두려워하기에 지나치게 긴장하는 유형, 자기 능력이나 경험을 충분히 잘 표현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유형. 면접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질문에 대비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는 유형, 다른 지원자들이 더 우수할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감을 느끼는 유형까지 불안의 원인도 다양하기에 그에 맞는 불안 요인 해소 처방도 다 다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찾아온 학생 입장에서는 지난 3년간 그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또 힘들다는 서류전형과 필기시험도 다 통과했는데, 면접이라는 관문 앞에서 막혀 실패의 쓴맛을 보고 나니 다음 도전이 더 막막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나에게 의논하고 싶다고 꺼낸 학생의 이야기는 인터넷에 찾은 취업 면접 단기 컨설팅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가였다. 아이가 그것을 찾기까지 느꼈을 고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 학교에서 해 줄 수 있는 부분의 한계도 느껴졌다. 취업 관련 부서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몇몇 특강과 컨설팅을 해주고는 있었지만, 개별적인 지도에 이르기까지는 분명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의 측면과 그 컨설팅 대상자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가 되었다. 안 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겠지만 고졸 취업자 대비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갖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학생의 간절함이 느껴지기에 하지 말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학생의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때마침 떠오른 생각이 전문가와 연결해 주는 선한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 보람이라고 했던 한 분의 말씀이었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다른 프로그램 때문에 관계를 맺었던 그분께 나름 용기 내어 전화를 드렸다. 학생의 전후 사정을 설명해 드리며 재능 기부해 주실 수 있는 분과 혹시 연결될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배려심 많은 그분은 갑작스러운 도움 요청에도 흔쾌히 알아보고 연락 주기로 하셨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한 분과 학생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학생이 전한 바에 따르면 채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부터 관련 기관의 특성, 해당 직무에 대한 이해, 3개년 면접 문항에 대한 답변 연습, 이미지 메이킹에 대한 것도 조언받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알찬 시간이었고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고 좋아했다. 그러면 행복한 결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심사자가 아니었으니 불합격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기관에 적합한 더 뛰어난 인재가 있기에 지원 학생이 떨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학생에게는 또 다른 도전을 권할 수밖에 없다. 다시 면접 지도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학생이 느끼는 실망감보다는 크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답답했다. 

하지만 이번에 학생에게 조언해 주셨던 분의 피드백 내용을 바탕으로 고졸자 면접 준비를 생각해 본다면 성적이나 직무역량보다 성향적인 부분이 영향력이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분하고 진지함도 좋지만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 중요하고 현재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더 집중해서 어필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4년 뒤 아니 10년 뒤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 잠재적인 열정과 끼를 발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원했던 학생이 아직 어리기에 이 부분을 표현하는 노하우를 많이 지니지 못했지만 시련 가운데 몸으로 느낀 배움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믿고 싶다. 그리고 그 학생의 합격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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