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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Aug 02. 2022

도대체 결혼은 무엇일까?



처음 만나고 결혼 준비까지 5개월이 걸렸다. 이런 결혼 내가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주변에 1년 만나고 결혼하는 지인들에게도 '아니 어떻게 1년만 만나고 결혼을 해?' 다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나의 조그마난 머리로는 결혼이라는 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굉장히 큰일이 아닐 수 없었고, 내 인생을 남자라는 한 인간에게 송두리째 맡기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5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난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내가 나중에 남자를 만나게 돼도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절대 안 할 거라는 것이 내 다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둘째 임신도 그렇고 내 다짐은 왜 항상 허무하게 그냥 막을 내리는가. 절대라는 말은 쉽게 쓰면 안 되는 말인 것 같다. 



다른 가족의 생활 풍경을 가까이 보지 못했으니 잘 모르겠지만, 할아버지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항상 상이 두 개 펴졌다. 큰 상과 그거보다 작은 상. 처음으로 음식을 예쁘게 담은 접시들, 그리고 남자들이 큰 상으로 향한다. 작은 상에는 큰상에 올릴 음식들을 한껏 퍼간 후 남은 음식들과, 여자들이 향한다. 항상 불만이었다. 내가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왜 여자라는 이유로 조그마난 상에서 무릎 부딪히며 먹어야 하는지, 더 맛있고 많은 양의 음식이 올라가는 큰 상으로 가서 나도 밥 먹고 싶었는데. 하지만 엄마는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았었다. 엄마는 항상 주방 한편에 서서 음식 몇 가지를 대충 그릇에 놓고 순식간에 먹어버리곤 다시 일을 해야 했다. 고모인 딸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할아버지 옆에서 식사를 했고, 큰아빠의 부인인 큰엄마는 우리와 같은 상에서 먹었다. 그래도 큰엄마는 앉아서라도 먹었지만, 우리 엄마는 앉아서 먹는 걸 별로 보지 못했다.  



누가 그런 얘기를 했다. 결혼은 무덤이라고,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서로 더 행복해지자고 하는 결혼인데 왜 희생이 있어야 그 결혼이 행복하게 유지될 수 있는 걸까. 차라리 그러면 혼자 사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었다. 사실 힘들게 살아온 엄마를 보면서 결혼하기 싫다고 말했지만, 물론 그것도 많은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책임이다. 무언가를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요즘에 티브이에서는 이혼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아진듯했다. 결혼과 이혼 사이,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최근에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둘 다 이제 막을 내렸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나는 생각했다. 분명히 저들은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을 텐데 왜 이혼까지 생각하게 되었을까. 사랑이 변해서? 사람이 변해서?



생각해보면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결혼에 한 사람은 무언가를 짊어져야 하고, 한 사람은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것 같다. 남자는 결혼과 동시에 지구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듯, 아내 그리고 아이들을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짊어져야 하고, 여자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희생을 하게 된다. 물론 요즘엔 남편이 집에서 살림하고 여자가 직장생활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부부들도 꽤 많이 있지만. 어쨌든 우리 가족은,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쉴틈이 없이 열심히 일하고 또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 쉬지 않고 일한다. 그리고 나는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둬서 잠시 쉬나 했으나, 아이가 하나 둘 태어남으로 쉴 틈 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문득 결혼이 뭘까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 건 돌 싱글즈 시즌3을 보던 중이었다. 결혼을 뭐라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싶었다. 결혼이 뭘까? 도대체 결혼이 뭐길래 서로가 사랑한다고 그 사랑의 방향이 결혼으로 향해지고,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무수한 많은 이유들을 갖다 대면서 이혼을 하고 싶어 할까. 결혼을 한다면 이혼할 확률은 50%다. 이 50%나 되는 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할지도 모르는 결혼을 한다. 마치 죽는 걸 알고 살아가는 것처럼.



벌써 결혼을 한지도 3년이 지나고 4년 차에 접어든 나는 아직도 결혼이 뭐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아이를 둘을 낳고 기르면서 드는 생각은 결혼은 책임인 것 같다. 내가 그렇게 회피하고 싶었던 책임. 국어사전에 나오는 책임의 뜻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한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을 잘 지키고 꾸려나가야 할 책임. 또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을 잘 길러내야 하는 책임. 



결혼이 책임이라는 생각이 드니 왠지 이 결혼에 또한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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