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그녀의 수업태도가 안 좋아졌다고 했다. 영어시간에 수학문제집을 꺼내놓고 풀고 있고, 지각도 자주 하며, 선생님이 무슨 말을 걸어도 반응이 냉랭하다고 했다. 치마는 짧아졌고, 공부는 당연히 소홀해졌으며, 성적 또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씩 찾아오는 사춘기.
나 역시도 겪었었고 지나왔던 사춘기였지만, 엄마라는 위치에서 막상 마주하게 되니 '욱'하는 감정이 자꾸 올라왔다.
그녀와 자주 부딪쳤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는데 감정조절이 잘 안 되더라.
나의 물음에 '어쩌라고'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그래도 자기를 낳아준 엄만데,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운했다.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생판 모르는 남처럼 어렵게 느껴졌다. 그녀와 다툰 날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아파트를 몇 바퀴씩 돌고 또 돌았다. 감정을 삭일 때까지.
아침을 챙겨주면 안 먹는다고 했다. 저녁은 친구랑 마라탕을 먹고 들어온다고 한다.
엄마 앞에서 종알종알거리며, 하루에 있었던 모든 일을 얘기하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는 이제 없었다. 슬펐다. 분명 딸은 크면 엄마랑 친구가 된다고 했는데. 친구하나 잃은 것 같았다.
이 놈의 사춘기는 언제까지 갈려나.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질까 두려웠다. 영영 안 돌아오면 어쩌지 불안했다.
속상한 마음에 먼저 사춘기를 겪었던 친한 언니에게 얘기하면, 그녀의 사춘기쯤은 순한 맛이란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몇 달이 지나고 그녀의 매섭던 눈빛이 점점 온순해졌음을 느꼈다.
이제 대화를 시도해봐도 될까. 조심스러웠다.
성장해 가는 과정이기에 최대한 그녀를 존중하고 싶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처음에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NCT Dream 멤버도 외우고, 포토카드에 대해서도 반응을 해줬다. 품절이 예상되는 굿즈는 알람을 맞춰두고 구매했다. 친구 뒷담을 하면 같이 호응해 줬다. 그냥 엄마는 너의 편이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듯이.
중 3의 요란했던 시간도 이제 끝나간다.
1월 1일 늦은 오후, 집 근처 공원에서 그녀와 걸었다. 오늘도 NCT Dream에 대해서 이야기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