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내가 찾던 사람

by 늦은 오후


까페에 들어서며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정장의 엄근진한 분을 찾았는데 반팔 카라티를 입은 경쾌한 느낌 나는 남자 한명 외엔 아무도 없었다. 스크를 쓰고있어서 긴가민가 하다가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했 시원한 아이스티를 앞에 두고 한 시간 반 정도 면접이 진행되었다.


부사장님의 면접 질문은 주로 동기에 관한 것이었다.


"왜 대기업을 떠나려고 해요? 안에서 다양한 기회도 있을 거고 복지도 더 탄탄할 텐데"

그럴듯한 얘기를 해야 한다. 과로로 탈진했고 라인이 정해져 뚜렷한 성과로도 어필이 되지 않는 윗선에 지쳤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편과 같은 그룹에 재직 중인데 그룹 경영 악화로 계란을 바구니에 나누어 담으려 합니다"


"남편이 이직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아... 이직에 따른 변화관리를 남편보다 제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옮기려고 합니다."

(웃음)


"외국계 기업은 국내 대기업과 달라서 오퍼레이션이 생각보다 많아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회사가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면서 shared service가 끊겨 R&R에 없는 총무업무나 기타 등등 오퍼레이션 업무 많이 해봤습니다. 그리고 어떤 업무를 하든지 배울 것이 있기 때문에 오퍼레이션 업무가 많은 것도 괜찮습니다."


부사장님은 회사와 일에 대해 설명해주셨고 그 안에서 일의 효율에 대한 드라이브가 느껴졌다.


"채용 관련한 오퍼레이션이 많아서 다른 일 할 시간이 많이 부족한데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나는 어프로치를 제안하려 하지도 않고 머릿속으로 그렸다 지웠다 하며 듣기만 했다. 이 회사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고민하면서 성장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질문과 답변이 오가며 인터뷰에 대한 긴장이 풀릴 었다.


"본인 더 개발되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업무의 우선순위화인 것 같습니다."


예상질문이었기에 준비했던 답변을 이야기했다.

사실이기도 했지만 개발필요점으로 업무의 우선순위화를 드는 것은 우리 회사 조직문화상 수긍할 수 있는 안전한 대답이었다. 일을 놓치지 않고 다하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고 다 해내려는 의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포인트가 드러날 수 있게 설명하였다.


"우선순위화는 아주 중요한 건데..."


처음에는 어떤 의미로 말씀하신건지 표정을 살폈고 부사장님의 굳어진 얼굴을 보았다. 진심이신건가?

'우선순위화 중요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알지만 이 말을 실제로 믿는 리더는 잘 못봤다. 부터 간의 인지부조화가 왔 부사장님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솔직한 말씀도 아끼지 않았다. '이력서상으로는 볼만한 후보는 아니었는데 이력서 서머리에 learning에 대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며 교육업무를 하다가 온 후배와 일하며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 후배님 감사합니다.)


외국계와 국내기업, 같은 HR 업무라도 역할과 조직의 특성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영역을 넘나들며 이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다 나는 한 회사에만 10년 넘게 있었기에 나도 내스스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 하지만 그 두려움은 서서히 기대감으로 바뀌어나갔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맹목적 면접 성사 목표에서 벗어나 내가 추구할 방향으로 생각이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면접 내내 선택과 존중의 공을 자꾸 내쪽 코트에 보내시면서 받아칠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었다.


부사장님은 면접에서 누군가를 '알아내기' 위해 무대에 세우고 이쪽저쪽 조명을 비치며 경험이나 가설을 묻지 않으셨다. 오히려 중요한 사람을 알아가는 듯이 경청하셨고 오늘 보고 다시 안 볼 수도 있는 사람에게 코칭을 해주셨고 조직의 필요를 나눈 뒤 이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치 면접보다는 존중을 담은 콜링 같았다.


채용이 어려운 점은 그 짧은 시간에 포지션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인데 어쩌면 날카로운 검증보다 가능성과 동기부여를 선택하신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최소한 절반은 제대로 성공하신것이다. 면접이라는 게 세련되게 진행할 수는 있지만 날 나를 감동시켰던 건 스킬 그 분의 면모였다. 니면 그 분의 코칭스킬이었을까? 어쨌든.


면접을 보면서 의 생각은 멀리까지 퍼져나갔고 마음은 중심을 향해 모였다. 따르고 싶은 리더를 만난 것이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동안 어디계셨어요?)


면접이 끝나고 이제 어디 가냐고 물어보셨고 집이 어디인지 얘기하다가 너무나 신기하게 부사장님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서울바닥이 좁아도 그렇게 좁았던가. 부사장님 차를 얻어 탔고 처음부터 면접보다는 대화였던 시간을 연장하며 편안하게 집에 왔다. 차안에서 나눈 얘기를 통해 안되는 이유보다 되는 이유를 찾는 분이라는 것을 또한 알게되었다. 그렇게 막간을 이용하여 노하우도 배우고 업무온보딩같은 시간을 보내며 내릴 때 '부담 갖지 마시고 잘 생각해 달라'고 어필 아닌 어필을 했고 웃으며 헤어졌다.


면접일은 금요일이었고 간절히 합격소식을 기다렸다. 그다음 주 월요일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떠났는데 점심시간이 지나 헤드헌터에게 전화가 왔고 next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뛸 듯이 기뻤다.


실무면접이 그다음 주에 잡혔고 면접보다는 실무 미팅이라고 손발을 맞출 수 있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자리라고 안내받았다. 이런 배려도 정말 고마웠다.


사실 이쯤 되니 HRBP고 외국계회사이고 간에 단 가서 부사장님 힘이 되어드리고 싶었다. 믿어주신 부사장님을 봐서 잘해야 하는 부담이 컸지만 내가 믿는건 근성었기에 시간만 있으면 안될게 없리라는 조용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 시간은 내꺼 써서 만들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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