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과 삼성전자

by 강원일

부산행 장면 하나.


영화의 시작. 서석우(공유)가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굽신거리며 받고 김대리를 부른다. 그리고 석우가 김대리에게 매도 지시를 내리자, 김대리는 시장 안정성과 개미들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내 석우는 인상을 쓰며 말한다.


"김대리, 너 개미 입장까지 생각하면서 일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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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정성도 있고, 개미들 입장도..")


부산행 장면 둘.


좀비들에게 쫒기던 석우 일행. 부산행 기차 안에서 석우는 어디선가 걸려온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김대리의 전화. 부산에 도착했냐고 묻는 김대리. 목소리가 이상하다. 석우는 그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다. 원래대로면 망했어야 할 회사였지만, 석우와 김대리가 작전을 걸어서 살려낸 유선 바이오. 거기서 바이러스가 방출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대리의 말.


"팀장님, 이 난리가 난거랑 우리랑 상관 없는거죠? 예? 우리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이거 제 책임 아닌거죠? 예?"


고해성사하듯 내뱉는 김대리에게 석우는 말한다.


"김대리, 그거 김대리 잘못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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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김대리 잘못 아니다")


하지만, 석우의 위로섞인 대답과 다르게, 영화를 보는 나는,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그들에게, 석우와 김대리에게 죄가 없을까?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들에게, 시장 안정성과 개미들은 생각하지 않는 그들에게, 거창하게 직업윤리니 뭐니 들먹이지 않더라도, 영화는 적나라하게 이야기 한다.


이 망해버린 세상에 너희들은 과연 죄가 없는가.



얼마전, 뉴스 한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불법승계를 무마하기 위해 지난 정권에 뇌물을 주었다가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되었다는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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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조선 비즈(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1/09/01/JS2K6OWMU5DPXHR63PZUAU3HPI/)


촛불 시위 시절, 매주 광화문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에게는 큰 감동으로 남아있었다. 새로 시작하는 정권도 그런 촛불정신을 계승한다고 했었고, 이재용의 구속당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정의가 구현됐다며 기뻐했었다. 하지만, 그의 가석방 소식에 가장 먼저 들은 얘기는 이런 것들이었다.



"이제 삼성전자 주식 좀 오르려나?"

"이재용 가석방 되는데 왜 주식이 떨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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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삼성전자)


그 사람들은 어디갔을까. 나와 함께 이재용의 구속을 기뻐하던 사람들. 광장에서 촛불을 같이 들던 사람들.


그들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다만 삼성전자의 주주가 되어 있었을뿐.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팬데믹이 있었고, 코인 열풍이 있었다. 폭등하는 부동산을 정부는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코인과 주식, 부동산 열기에 휩쓸려갔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시키는 것엔 회사나, 직장 상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사회가, 세상이, 그 흐름이 우리에게 지시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금 이 시점에 삼성전자 주식을, 코인을, 부동산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현명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산행의 석우와 김대리가 생각났다. 우리가 언제 개미를, 시장의 안정화를 생각했나.


멸망한 곳에서,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건 내가 아니죠? 하고 거짓된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 하지만 부산행에선 그들 모두의 사소한 죄악이 뭉쳐져 지옥을 만들어냈다.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다를까. 이재용의 가석방에 분노하기 보다, 촛불로 일어선 정권이 스스로 그 근본을 부정하는 것에 실망하기 보다 지금 내 삼성전자 주식이 얼마나 오를까를 생각하는 것. 그런 사회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것.


그래서 묻는다. 나는 지금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을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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