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AI,
그놈의 리터러시

구독자 17명, 미디어 박사의 AI 교육 실패기

by 신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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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AI.

그놈의 리터러시.


나는 미디어 박사이다. 척척박사, 미디어를 잘 아는 박사 그런 거 아니고 진짜 미디어로 박사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이 생겨서 무작정 미디어 교육사 1급 자격증을 땄다. 그런데 일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AI 붐이 시작되었다. 그럼 AI 리터러시 교육을 한 번 해보자 생각이 들었다. AI 리터러시는 참고할 수 있는 기존의 교육 커리큘럼 같은 게 거의 없었다. 간혹 해외의 경우를 참고해서 공부하기도 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이론을 바탕으로 스스로 공부해 나가고 교육내용을 설계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걸 어디서 풀지?


그래 나는 미디어 박사니까,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의 세계관을 설계하고, 좋아하는 그림체를 찾아서 밑그림을 그리면서 준비했다. 타겟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그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었다. 숏츠로 10개 정도의 영상을 만들어서 올렸다. AI 리터러시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내용으로 만들어서 올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규칙적인 업로딩이 중요한 유튜브 환경에 맞게 매주 한 개의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구독자수는 고작 17명.


늘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용도 좋고 그림도 예쁘고 영상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보지 않았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콘텐츠의 문제가 있겠지. 내가 만든 콘텐츠가 그만큼 매력이 없다는 것일 수도 있겠고, 그렇다면 그저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보다 뭔가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지금 이 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잠깐, 내가 만든 콘텐츠를 사람들이 안 본다는 것, 이게 사실 AI 리터러시 교육이 실패하는 이유와 똑같은 게 아닐까? 우리는 ‘좋은 내용’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선생님들은… 보지 않는다.


뭐가 문제일까?


왜 실패했을까?


AI라는 단어는 매일 등장한다. 신문에 티브이에 길거리에 심지어 우리 엄마 친구분은 황태 해장국을 시원하게 끓이는 방법을 AI에게 물어봤다며 그 레시피를 단톡방에 공유하셨다. 그런데 나는 뭘 가르치고 있었던 걸까?


AI는 데이터를 학습합니다.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가 매우 중요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나 맞는 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이론에 근거한, 학술적으로 타당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엄마 친구분들은 황태 해장국 레시피를 물어보고 계신다.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나는 AI 리터러시를 가르치려 했고, 사람들은 이미 AI를 쓰고 있었다. 나는 개념을 설명하려 했고, 사람들은 해결책을 원했다. 나는 이론을 전달하려고 애썼고, 사람들은… 그냥 같이 살고 있었다.


교실도 마찬가지였다.

교사 커뮤니티 스레드를 보다가 한 선생님의 글에서 멈췄다.


“애들이 ChatGPT로 숙제를 해온다. 근데 나도 AI 쓰라고 권장하긴 했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안 쓰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쓰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이 짧은 글에는 비슷한 고민들이 담긴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저희 반도 그렇습니다. 그냥 복붙 한 글을 그대로 제출해요”

“저도 수업할 때 AI를 사용하니까 사실 학생들에게 쓰지 말라고 하는 것도 좀 그래요”

“검색하는 것과 AI에게 물어봐서 숙제를 하는 것이 무슨 차이인지 설명하기 힘드네요”


나는 대학 강의실에서 그 ‘미래’를 보고 있었다. 한 학생이 제출한 리포트를 읽다가 느낌이 오더라. 문장은 매끄러운데 계속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문체도 너무 매끄럽고… 긴가 민가 했는데 역시 마지막에 ChatGPT에서 그대로 긁어온 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특유의 이모티콘까지 함께 복붙 해서 제출했던 것이다. 이 일에 대해서 안내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수업 시간에 AI 사용에 대해서 신중히 해줘야 한다고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ChatGPT 써서 과제했는데요, 요즘에 애들 다 써요. 그리고 이게 검색이랑 다른 게 뭐죠?”


그 학생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건 나한테만 생긴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 전 연세대학교에서 AI 표절 논란이 불거졌고 이내 다른 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대학생들도, 교수들도, 모두가 혼란스러워했다. 심지어 우리 엄마 까지도 말이다.


문제는 이거였다.

우리는 AI를 쓰라고 했다. 시대의 흐름이니까. 미래 역량이니까. 스레드,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는 AI 활용법에 대한 정보와 자신들만의 AI를 사용하는 노하우 및 팁등을 공유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그런데, 그 누구도 ‘어떻게’ 쓰라고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몰랐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 영상에서는

“AI는 이런 원리로 작동합니다” “편향성을 조심해야 합니다”를 말했지, 그런데 정작 학생이 “선생님, 숙제에 AI 써도 돼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는 안 가르쳤다. 그런 대답도 못하면서 주야장천 AI에 대해서 온갖 아는 지식을 늘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구독자가 17명이었던 거다.


선생님들은 사실 더 혼란스럽다.

스레드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 교사들의 고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AI 교육 연수받았는데요, 프롬프트 잘 쓰는 법만 배우다 왔어요. 근데 이걸 애들한테 가르쳐야 하나요? 이걸 어디에 쓰죠?”

“학교에서 AI활용 수업 하라고 하는데, 정작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기준이 없네요”

“수행평가에 AI 쓰면 안 된다고 공지했더니 학부모가 항의 전화 왔어요. AI 시대인데 왜 못쓰냐고…”


이 글들을 읽으면서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단순히 학생들이 AI로 숙제를 하고 시험문제를 푼다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한 문제가 있었다.


교사들은 세 가지 압박 속에 있었다.


하나, AI를 가르쳐야 한다는 압박

(AI 리터러시 교육 몇 시간 했습니까? —교육청)


둘, 하지만 AI사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

(표절이 의심된다 —학부모)


셋, 정작 본인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는 압박

(나도 잘 모르는데 이걸 어떻게 가르쳐?)


이건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스템 전체가 혼란스러웠다. 교육부는 “AI 교육 강화”를 외치고, 학교는 “AI 활용 수업” 사례를 요구하고, 학부모는 “우리 애만 뒤쳐지는 거 아니냐”라고 불안해하고, 정작 교실에서는 “AI로 쓴 숙제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고 AI 쓰는 법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답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나는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설명하느라 힘들어 죽겠다고 연신 외치며 컴퓨터 앞에 앉아서 허리도 못 펴 채 일주일 내내 영상을 만들었다. 구독자 17명에게.


그때 깨달았다.

그 순간, 스크롤을 내리던 손이 멈췄다.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저는 그냥 솔직하게 말했어요. “선생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함께 찾아보자”라고요. 그랬더니 애들이 오히려 더 진지하게 이야기하더군요. AI 쓰면 뭐가 좋고 뭐가 나쁘고 이상한지를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더라고요”

이 댓글에는 좋아요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글을 여러 번 읽으며 눈에 담았다.


‘선생님도 잘 모르겠다’

이게 답이었다. 그래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미디어교육사 자격증도 있고 미디어 박사고 나발이고 결국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가 내 답이었다. 내가 하지 못했던 그 답을 누군가 스레드에서 이미 하고 있었다.


나도 사실 잘 몰라, 이게 답이었다.


우리는 가르치려고 했던 게 문제였다.


선생이라는 이유로 항상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 있었고 그게 직업이었고 우리의 역할이었다. 학생들보다 더 많이 더 먼저 알아야 하는 게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AI는 달랐다. 학생들이 모르는 것처럼 우리도 이게 처음이라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AI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걸 체계적으로 전달하고자 애썼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역사적 사실처럼,

정답이 있는 것처럼.

그런데 AI는 정답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 모두가 지금 정답을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였다. ChatGPT가 나온 지 2년도 안 됐다. 생성형 AI가 나오고 일반 사람들이 사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선생님들이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 인터넷을 배울 때, 스마트폰을 배울 때도 이랬을 것이다. 정답이 없었다. 컴퓨터가 보급이 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에 아는 사람이 삼성전자에 컴퓨터 사용법을 강의하러 간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삼성전자의 임원이라는 분이, 마우스 사용법을 몰라서 허공에서 마우스를 들고 클릭하려고 애썼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세계를 뒤흔든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회사의 중역이 마우스 사용법을 몰라서 허공에서 마우스를 빙빙 돌렸다는 이야기가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건 다 처음이 있다.

처음엔 다 어설프고 잘 모르고 그런 것이다.

마치 지금 우리가 AI를 만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처럼…


정답이 없는 건 사실이다. 다만 함께 써보고, 실수하고, 배워가면서 이렇게 쓰는 게 좋더라는 경험이 쌓여가면서 발전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과정은 뛰어넘고 마치 AI 리터러시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정확한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체계가 있는 것처럼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실패했던 거다.


내 영상이 재미없었던 이유.

선생님들이 연수를 듣고도 막막하고 답답했던 이유.

학생들이 ‘이게 검색이랑 뭐가 달라요?’라고 물었던 이유.


우리는 아직 답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정상이다.

내 유튜브 구독자가 17명인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나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다.


혹시 당신도 교실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나요?

댓글로 이야기 나눠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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