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리터러시를 모른다

필요하다면서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by 신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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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브런치 글을 올리고 나서 영상을 업로드했다. 지금까지 해온 AI 리터러시 설명이 아닌 조금 다른 접근으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그 영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댓글이 달릴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끝까지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건 AI 리터러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똑같은 벽을 만났었다.

호주에서의 경험

나는 호주에서 공부를 했다.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모든 교육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다. "자, 이게 리터러시 교육입니다!"라고 선언하지 않았지만 모든 교육 내용과 과정에 리터러시가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더 이 교육에 관심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내가 겪어봤고, 잘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러나 한국의 현실

미디어교육사 1급 자격증을 땄다. 이제 강의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내가 설 자리는 별로 없었다. 지원하는 자리마다 '죄송합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가끔 자리가 나는 경우에는 지방의 저녁 7-9시 강의였고, 교육 내용도 디지털 시민교육, 신문 읽기 같은 '내 분야'는 아니었다.

자격증에 먼지가 쌓여갈 즈음, 생각했다.

그냥 내가 한번 해보자.


제안서를 만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아는 분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와 인성교육을 결합한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서 제안할 자리가 생겼다. 그동안 모아놓은 아이디어를 다 쏟아부었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그래서?


결론은 망했다.

제안서에 대해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왜 미디어 리터러시가 인성교육과 함께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불편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황당했던 건 이 질문이었다.

"왜 미디어 전공도 아닌데 미디어를 만들어야 하죠?"


이게 문제다

미디어 리터러시. AI 리터러시. 사람들은 이 단어를 많이 쓴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처럼.

그러나 정작 리터러시 교육이 뭔지, 왜 필요한지는 모른다.

내가 만든 AI 리터러시 교육 영상 중에는 '리터러시'가 무슨 뜻일까?라는 내용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왜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부르는지, 정확한 뜻을 아는가?

물론 이 분야 교육을 하는 사람,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리터러시'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내용부터 만들었는데, 또 이런 피드백이 돌아왔다.

"너무 쉽지 않아? 유아용 영상 같다?"


힘이 빠졌다

너무 어렵지 않아?

너무 전문가를 위한 내용 아닌가?

너무 쉽지 않아? 이건 수준이 너무 낮은데?


사람들은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안다고 하지만, 사실은 모른다.

들어봤지만 설명은 못한다.

필요하다고 어디서 읽었지만 굳이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새로운 게 필요하지만, 새로운 걸 받아들일 마음은 없다.


결국 제안서는 까였고, 영상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사실 좋은 평가 받자고 영상을 만든 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평가를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평가를.

그리고 필요한 걸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잘 모르니까.


그리고 이 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제안서 평가를 한 사람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에게 신이 영과 육을 주셨는데 굳이 우리가 기계를 이용해서 소통해야 하나요?


이게 내가 만난 현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해보기로 했다

AI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생긴다고, 그걸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하는 게 정답일까?


어떻게?

학생들은 이미 ChatGPT를 쓰고 있다. 엄마 친구분들은 황태 해장국 레시피를 AI에게 물어보고 있다. 선생님들도 수업 준비할 때 AI를 쓴다.

"신이 영과 육을 주셨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도 아마 스마트폰을 쓸 것이다. 네이버로 검색할 것이다. 카카오톡으로 소통할 것이다.


이미 늦었다. 아니,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늦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미디어 리터러시든, AI 리터러시든, 이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들이다.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함께 배워나가야 한다.


나도 잘 모른다. 우리도 아직 잘 모른다.

지금 과연 AI 리터러시에 대해서 제대로 다 알고 가르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르면서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면서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신이 영과 육을 주셨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계속 질문을 던질 것이다.

구독자 17명이든 18명이든, 나는 계속 묻겠다.

AI 리터러시, 정말 필요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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