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어렵다 어려워.
나는 수제 맥주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얼마나 수제 맥주를 좋아하냐면 수제 맥주가 좋아서 수제 맥주 집에서 일까지 했을 정도다. 앞으론 수제 맥주집을 차릴 예정이기도 하다!
이런 매니아 중의 매니아가 바라본 수제 맥주의 현실. 한국은 수제 맥주가 잘 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솔직히 걱정도 된다. 난 언젠가 수제 맥주 가게를 차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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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맛이다. 수제맥주는 일단 향이 강하고 쓰다. 특히 IPA라는 에일은 쓴 맛이 강조된 맥주라 한국인들이 더 거부감을 느낀다. 개인적인 뇌피셜로는 어릴 때 가루약을 물에 타서 먹은 기억이 있다면 싫어할 수밖에 없다. 난 처음 마실 때 그때의 기억이 났다. 근데 과연 쓴 맥주만 있을까? 레몬즙을 때려 박은듯한 신 맥주도 있다.
처음 수제 맥주 펍에서 일했을 때 이 신 맥주를 마시고 바로 싱크대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진짜 맥주에 레몬즙을 때려 박은 느낌.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맥주가 됐지만 처음 먹으면 바로 뱉게 되는 맥주 1위다. 심지어 펍에서 이 맥주를 시키고 먹자마자 반품해 달라고 하는 손님까지 있었다. 그 손님의 일그러진 표정이 난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쓰고 시고 향이 강한 탓에 수제 맥주에 입문하기가 힘들다는 것. 이게 수제 맥주가 한국에 퍼지기 쉽지 않은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이유는 가격이다. 후. 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수제 맥주? 쓰고 신거 말고도 맛있는 맥주는 많다. 초콜릿 향이 나는 맥주, 구수한 향이 나는 맥주, 달달한 맥주. 술 잘 못 마시는 여성분들도 좋아하는 맥주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돈이다. 수제 맥주, 비싸다. 너무 비싸다. 한잔에 최소 7 8천 원에서 시작해 2만 원까지 하는 맥주도 있다. 물론 더 비싼 것도 있다. 보통 한잔에 평균 잡아 만원~만 2천 원 정도는 줘야 괜찮은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생각해 보자. 요즘 저렴한 이자카야나 호프집 가면 생맥 한잔에 2 3천 원 하는 곳도 있다. 비싸도 4 5천 원이다. 근데 한잔에 만원 이만 원하는 맥주를 시킨다?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면 먹겠지. 근데 문제는 앞서 말했듯 수제맥주에 어느 정도 적응하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쓴 맥주 신 맥주, 한번 먹으면 안 마시는데 어떻게 경험을 쌓을까?
난 홍어를 안 먹는다. 처음 먹었을 때 진짜 최악이었기 때문에. 근데 그걸 내 돈 주고 또 사 먹어라고? 적응하기 위해? 참 맛을 알기 위해? 이것과 같다. 누가 한잔에 만원 넘는 쓴맛 나는 알콜을 적응하겠다고 사 마시겠나...
무엇보다도 호프집 생맥 2~3천 원... 이게 크다. 나도 얼마 전에 저렴한 호프집에 갔는데 생맥이 2천 원이더라. 맛도 괜찮았다. 시원하고. 감미료를 때려 박아서 그런지 살짝 달달했다. 야메로 만들었겠지. 근데 맛이 나쁘지 않잖아? 솔직히 가격 생각하면 그냥 이거 마시는 게 이득이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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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 쉽지 않다. 기린 아사히 삿포로등 일본 맥주는 사방에 널려있는데 수제 맥주는 그렇지 않다. 내가 아직 수제 맥주를 팔아보거나 한 건 아니라 유통망까지 꿰고 있지 않아 자세히는 모른다. 하지만 일본 맥주보다 현저히 안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공급은 수요에 따른다고, 찾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인 것 같다.
아 그리고 소맥문화도 한 몫한다. 소맥이 자리 잡고 있는 이상 수제 맥주가 그 자릴 쉽게 비집고 들어올 수 있을까? 절대. 솔직히 그 자린 바라지도 않는다. 수제 맥주. 딱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도태돼서 사라지지만 않았으면 한다. 가게는 못 차려도 계속 마시고는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