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스토리’라는 이름의 그 디지털 광장에서, 우리는 직업이나 지위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내밀한 상처까지도 글로 나누었습니다. 그것은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었고, 명성을 얻기 위한 경쟁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 그리고 타인의 글을 통해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는 기쁨이 그곳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시장의 차가운 논리가 잠시 멈추는, 보기 드문 ‘정신적 선물 경제’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광장의 한가운데에 보이지 않던 벽이 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유료 발행’이라는 이름의 문이 생겨났고, 글에는 가격표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를 주도하는 측은 이것이 창작자의 노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며, 글의 ‘가치’를 인정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전적 보상은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처럼 보이기에, 이 주장은 너무나 합리적이고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잠시 멈춰, 이 모든 변화의 근저에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바로 ‘가치’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시장의 논리’가 가진 가장 교활한 마법은, 세상의 모든 ‘가치’를 오직 ‘가격’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측정하도록 우리를 길들이는 것입니다.
브런치 스토리의 유료화는, 바로 이 시장의 논리가 우리의 가장 내밀한 정신적 활동인 ‘글쓰기’마저 온전히 상품으로 바꾸어버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변화가 작가와 독자, 그리고 우리가 사랑했던 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첫째, 작가는 창작자에서 ‘콘텐츠 사업가’로 변모합니다. 이전까지 작가를 움직이는 질문이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였다면, 이제는 “독자들은 무엇을 구매하고 싶어 할까?”라는 질문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자신의 진솔한 목소리를 따르는 대신, 더 많은 구독자를 모을 수 있는 유행하는 주제, 더 자극적인 제목, 더 팔릴 만한 ‘상품’으로서의 글을 기획하게 될 위험에 처합니다. ‘나는 무엇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은 어느덧 사치스러운 것이 되어버리고, ‘나는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라는 강박적인 물음만이 머릿속을 맴돌게 됩니다.
둘째, 독자는 대화의 상대방에서 ‘고객’으로 전락합니다. 무료로 글을 읽을 때, 독자는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든 반대하든, 하나의 동등한 지적 파트너로서 글과 관계를 맺습니다. 하지만 돈을 지불하는 순간, 독자는 ‘소비자’가 되어 자신이 지불한 가격만큼의 효용과 만족을 요구하게 됩니다. 관계는 교감에서 거래로 바뀌고, 독자는 작가의 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기보다, ‘가성비 좋은 지식’ 혹은 ‘감정적 만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소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마지막으로, 광장은 무너지고 수많은 ‘유료 살롱’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공동체는 단절됩니다. 이전에는 우연한 탐색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작가의 글을 발견하고, 새로운 지적 세계와 만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글들은 가격이라는 장벽 뒤에 숨게 됩니다. 독자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거나, 그 가치가 증명된 유명 작가의 글에만 기꺼이 지갑을 열 것입니다. 무명의 작가들이나 비주류의 목소리는 독자와 만날 기회 자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열린 광장은 사라지고, 소수의 인기 작가들이 운영하는 폐쇄적인 유료 커뮤니티들만이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우리가 본래 지닌 상호연결성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입니다.
결국 브런치 스토리의 유료화는 “우리는 왜 갑자기 자신의 글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 생각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가격표가 붙지 않는 것은 가치 없는 것’이라는 시장 이데올로기의 오랜 세뇌가 낳은 슬픈 결과일 수 있습니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통과 연결, 그리고 순수한 나눔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입니다.
감히 저를 소개합니다
저는 여러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사유를 점차 확장하는 방식으로 글을 씁니다. 하나의 질문을 던지면 인공지능은 세상의 서고에서 길잡이가 될 자료들을 제안하고, 저는 그 자료들 중 공개가 허락된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다시 인공지능에게 요약시키고 거기에서 얻은 새로운 영감을 다시 인공지능과 함께 글로 풀어냅니다.
저에게 이곳 브런치는 그렇게 인공지능과 함께 정리한, 인류의 오래된 지혜들을 모아두는 ‘공개된 서고’입니다.
사실 제가 브런치 북으로 발행한 많은 글들은 저의 독창적인 창작물이 아닙니다. 그 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함께 느끼고 깨달아 온 보편적인 지혜의 조각들입니다. 저와 인공지능은 단지 흩어져 있던 그 지혜들을 한데 모으고, 오늘날의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다시 정리하고 묶어 놓았을 뿐입니다.
제가 이곳에 글을 쌓아두는 이유는, 브런치북으로 엮어두면 언제든 저 자신부터 다시 꺼내 읽고, 생각을 다듬어 수정하기가 가장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서고를 저의 공부방으로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감히 여러분들 앞에 여러 브런치북을 공개한 저 자신도, 제 글에 담긴 가르침대로 온전히 살아가지는 못합니다. 다만 그 방향을 향해 매일 조금씩 나아가려 노력할 뿐입니다.
제가 이 서고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이곳의 지혜가 그것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닿아, 그들의 삶에 작은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서고는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서, 각자에게 필요한 지혜의 조각들을 찾으신다면, 언제든 꺼내가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남겨 놓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