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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웃음의 대학"을 보고

웃음을 삭제해야하는 검열관 VS 웃음을 사수해야하는 작가의 2인 희극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연극 “웃음의 대학”을 보았다.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는 세 명, 대사 있는 배우 두 명, 실제로는 두 명이 티키타카로 끌어가는 연극이다. 


일반적으로 대학로 소극장 객석은 앞 좌석과 워낙 붙어있어 불편하다. 대학로 소극장과 달리 로비도 있고 좌석과 좌석 사이도 약간의 여유가 있어 편했다. 무대는 단을 세워 정 가운데 책상 하나와 좌우로 의자가 놓여있다. 무대 정면 벽에는 일력이 걸려 있다. 대사 없이 직원으로 나오는 배우가 일력을 한 장씩 뜯음으로 인해 시간이 흘러감을 알려준다. 일력이 걸린 위 벽 높은 곳에 아주 조그만 창문에는 식물이 놓여 있고 조명이 비춘다. 막이 바뀔 때면 주변이 어두워져 유독 집중된다. 무대 세트는 매우 단정하며 사무공간 같은 느낌이었다. 연극하는 동안 배우는 이 무대를 딱 한 번 벗어난다. 그래서 배우의 동선은 매우 간단하다. 


 

연극 웃음의 대학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가와 검열관의 이야기이다. 전쟁 중에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연극에 열정을 바치는 작가와 웃기는 연극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검열관이 벌이는 2인 극 연극이다. 연극에서 작가는 이야기꾼이요 검열관은 방해꾼으로 시작된다. 검열관은 평생 크게 웃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매우 진지하고 엄격한 캐릭터이다. 그래서 매번 말도 안 되는 것을 지적해서 고치게 한다. 시간은 단 하루, 작가는 매번 검열관이 원하는 대로 수정해 온다. 포스터 ‘웃음을 건 7일간의 한판 승부’가 카피인 이유를 연극을 보면서 알게 된다. 


 

검열이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작가와 검열관은 자리가 자신도 모르게 바뀌게 되고 엄격한 검열관이 앞으로 나올 연극을 꿈꾸며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나 역시 일을 하면서 이 정도는 아니어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렇게도 엄격하고 틀을 따졌던 클라이언트가 일하는 과정 속에서 점차 설득되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일이 진행된 경험이 있다.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엄격한 검열관이 이렇게도 재미있는 세상이 있는 줄 몰랐다고 고백을 하는 부분이다. 징집되는 작가에게 ‘꼭 살아 돌아와서 연극을 만들어달라고’ 애원한다. 국가주의를 외치던 엄격한 검열관이 연극을 통해 인간성이 회복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냉혹한 검열 문화를 다루는 연극에서 웃음이 나온다. 이것 자체가 아이러니이다. 희곡의 구성이 매우 탄탄하고 참으로 아주 잘 짜여 있다. 희극이 비극이 되고 비극이 희극이 된다. 그것이 융합하고 공존한다. 어려운 단어나 설명 없이 상황으로 그냥 웃긴다. 음향과 조명도 아주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 스텝일 뿐이다.


 

한 편 예전 신문에서 송승환 배우의 시각 상태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소증으로 시각 장애 4급을 받았다. 중국, 일본, 나중에 미국까지 가서 망막전문 안과를 찾았지만 치료 방법은 없었다. 낙담하다가 진행이 느려서 죽을 때까지 실명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감사하다 생각하고 현재를 인정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전방 30cm 안쪽의 사물만 보인다는 송승환 배우가 상대 배우와 어떻게 호흡을 맞추는지가 참으로 궁금했다. 겨우 한 尺(한자) 앞을 보는 배우의 앞날에 광명이 깃들길 기원한다.


또한 작가로 나오는 젊은 배우의 연기가 참으로 좋았다. 표정 연기는 압권이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팬터마임을 보는 듯도 했다. 순발력과 재치, 몸의 유연성, 앞으로 대성할 배우가 아닐까 싶다.


이 재미난 연극을 보게 해 준 서울성동구상공회 문화분과 위원장님과 임원진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새롭게 출발한 성동구상공회 문화분과를 응원하며 늘 설레고 기대되는 모임으로 발전하기를 바래본다.







세종문화회관 S 씨어터 웃음의 대학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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