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돈; 일상에서 깨어있음

무의식으로 아무 데나 놓아둔 물건들

by 여는길
남의 집 구경하며 의욕높이기 <출처: 페이스북 / 책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엄마는 청결중독 중

"엄마, 정리를 한다더니 왜 부엌만 청소해? 다른 곳을 한번 보라고. 너무 엉망이어서 집중이 안 돼. "

"조금만 기다려봐... 엄마는 지금 청결함에 중독되고 있는 중이야.

부엌에 적응되면 다른 곳도 뻗어갈 생각이야."

청결함 중독이라... 적응은 좀 약하고 중독정도는 되어야 50년간의 나쁜 습관을 단칼에 잘라버리지 않을까?

도저히 청결하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는 상태...!!!

집안의 다른 곳까지 한 번에 치울 생각은 조금 버겁지만 내친김에 거실 테이블에 쌓인 책더미를 해체해

이리저리 쑤셔 꽂아본다. 덕분에 테이블은 말끔해졌지만 책장에 반쯤 걸터앉은 책들은 ,,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중독되어가는 기간이니까..


부엌 정리의 루틴은 점점 자리가 잡혀간다.


매일

-밤에는 설거지를 다 마치고 씽크볼을 닦고 음식물 망을 닦아서 엎어 놓는다.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치 양이 적으면 이틀에 한 번 버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새 물이 빠져 거의 마른 그릇을 행주로 닦아 넣는다.

-아침, 점심, 저녁에 나온 그릇은 바로 씻는다.

(가끔 프라이팬, 냄비등은 살짝 귀찮은 마음이 들지만 그때 나온 것은 그때 마무리를 원칙으로)

-냉장고를 쓱 보고 버릴 것을 버리고 그릇이 나오면 같이 설거지한다.

-설거지가 끝나면 행주로 전체 테이블, 싱크대 상판을 닦는다./ 냉장고 문도 닦아준다.

-행주를 잘 빨아서 베란다 창에 걸어둔다.


-> 위 루틴대로 해보니까 좋은 점

1. 집안에 들어섰을 때 음식물 냄새가 안 난다.

2. 그릇 몇 개를 바로 닦아버리는 일은 시간이 정말 짧다. 순식간에 하는 것 같아서 피로감이 없다.

3. 다음번 요리나 식사를 준비할 때 바로 시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4. 엎어 놓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마른 그릇을 행주로 닦는 일은 뭔가 보람차다.

(시간이 나를 위해 일해준 느낌)


일주일에 한 번

싱크대 문짝은 다용도 세제를 뿌려 닦아준다. (생각보다 흘러내린 얼룩이 많다)

칸별로 훑어보고 재정리를 해준다 (무심결에 쑤셔 박힌 물건들이 있다)

냉장고 안에 있는 것을 다 꺼내고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한다.

쓰레기통을 꼼꼼히 닦고 쓰레기통 주변을 닦아준다.

후드를 전용세제로 닦아서 말려준다.

전체적으로 물걸레로 먼지정리


-> 좋은 점

1. 싱크대 문짝을 닦으면 진정 부엌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싱크대 얼룩은 부엌을 전체적으로 우중충 하고 끈적한 느낌으로 만든다.

2. 냉장고 오래된 반찬통 정리를 매일 설거지 때마다 해주니 공간이 많이 남는다.

3. 식재료 파악이 바로 되어 버리는 것이 없어지고 유통기한 넘기지 않게 된다.



부엌청소 루틴을 몸에 익혀가면서 때가 눌어붙어 있던 쓰레기통을 깨끗하게 닦고 언제부터 안되었는지 가물가물한 자동문 열림 건전지도 바꿔주었다. 재활용 쓰레기도 한꺼번에 산더미만큼 버리기보다 나갈 때 조금씩 들고나가려고 한다. 크게 모으기까지는 냄새가 쌓인다. 쓰레기통도 구석구석 닦아 깨끗하게 유지해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


제자리에 놓는 것은 일상에서 깨어있음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청소가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라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만 잘 두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나는 왜 일주일만 지나면 온 집안이 소용돌이가 치는 건가? 살펴보면 1. 제자리에 안 둔다 2. 심지어 자리도 불분명하다. 아무 데나 둔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대충 그 근방에서 찾다가 며칠 포기하고 놔두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미스터리한 사이클이 인생 내내 반복되었다. 이러다 인생의 절반은 뭔가를 찾다가 보내는 것이 아닐까 하며 자책하기도 한두 번이 아니다. (잃어버린 건 아니다. 분명 그 근처에 있다.)


"족집게 어디 있어? 하면 응 거실 흰 서랍장 두 번째 칸을 봐"

이런 사람,, 정말이지 경외심을 느낀다.


부엌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나의 청소력, 살림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정리 능력도 점차 단련시켜 가면서

제자리에 놓는 것은 '일상에서 깨어있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무심결에 놓고, 무심결에 말하고, 무심결에 먹고, 무심결에 방치해 두었다면

자각하고 제자리에, 자각하고 이다음 단계를 생각해 보기, 자각하고 좋은 방향을 모색하기.


숟가락 하나를 제자리에 놓는 일, 행주를 빨아 널기까지 모든 과정에 집중력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일,

쓰레기통 구석구석에 낀 때를 자각하고 면봉과 세제로 꼼꼼히 닦아내는 일,

이 모든 일을 하루의 정돈된 루틴으로 만드는 것은

점점 더 많은 순간 나를 깨어있게 하는 일종의 자각의 장치가 되는 느낌이다.


청소와 정리정돈으로 깨어있기. 청소명상이다.


글을 쓰며 남들은 당연하게 다 하고 사는 일을 이제 겨우 시도 해보며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처럼 정리의 ABC가 몸에 붙지 않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조금 용기를 내어봅니다.

함께 청소 중독이 되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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