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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게이 레포트 Jan 15. 2022

영화 킹스맨: 퍼스트에이전트의 "진짜"역사

1차세계대전과 영국방첩부 설립의 역사

아는만큼 더 재미있고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는 법이지요. 국내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은 킹스맨 퍼스트에이전트가 다루는 역사적 배경인 1차세계대전과 영국정보기관 창설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4년 개봉된 킹스맨 시리즈는 많은 팬들과 평론가들로부터 첩보액션물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썻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개봉한 3번째 프리퀄 시리즈 킹스맨 퍼스트에이전트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습니다. 말끔한 수트를 입고 신사도를 강조하는 듯한 주인공들의 화려하고 병맛터지는 거친 액션 그리고 이들에 대항하는 수 십만명의 사람들을 학살시키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 악행을 저지르는 빌런 등, 주인공과 빌런 캐릭터 모두 관객들을 몰입하게 끔 합니다.


전편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번 킹스맨 퍼스트에이전트의 빌런들도 수 백만명의 목숨을 잃는 1차세계대전을 통해서 본인들의 이득을 추구하려고 하고 이러한 악행을 저지하기 위해서 주인공 옥스퍼드 공작과 그의 아들 콘라드가 킹스맨 조직원으로 고군분투를 합니다. 


 1차세계대전이라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무대로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이번 킹스맨 퍼스트에이전트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선 당시 1차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국주의의 절정을 달리던 20세기 초 영국은 명실상부한 제국주의 열강의 끝판왕에 등극하며 해가지지 않는 제국으로 세계를 호령합니다. 전 세계 모든 바다와 해협에서 유니언잭 깃발을 펄럭이며 영국 함선과 상선이 운항하고 있었고, 일본-프랑스-러시아와의 동맹관계로 인해서 기존 식민지 지역인 아프리카에 더해서 유럽-아시아 지역에서의 헤게모니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대영제국의 영토 


하지만 유럽 대륙에서는 독일 제국이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으며, 단순히 유럽 대륙을 넘어서 영국의 해군력까지 위협하며 대영제국 중심의 세력균형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대영제국은 1909년 당시 본인들의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독일제국의 부상에 대응하고 올바른 대전략 수립을 위해서, 본격적으로 정보기관을 설립하게 됩니다. 이 정보기관은 1994년 정보기관법 제정이전까지 존재자체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비밀기관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급속도로 확장하는 독일 제국  


영국 정보기관 MI6 역사를 연구하는 Keith Jeffery는 이미 영국은 수백년동안 전 세계 해양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활발한 해외 팽창정책 정책을 펼쳤으며, 1782 영국외무성이 대영제국 식민지역에 끄나풀들을 비밀리에 지원했고, 이러한 인적자원들이 향후 영국정보부 발전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강조합니다.  당시 영국의 언론과 대중문화 속에서 독일에 대한 위협이 얼마나 컷는지 작가 윌리엄 르 퀴 William Le Queux가 쓴 Spies of Germany가 “영국헤게모니에 대한 독일제국의 도전과 이들의 정보요원들의 위협론”을 부각시킵니다.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는 독일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William Le Quex의 작품 "카이저의 스파이"  

1909년 7월 이러한 독일 위협론에 대중들이 심하게 반응하는 것을 인지하고 당시 영국수상 허버트 애스퀴스(Heruberts Asquitth)가 국방부 위원회를 소집해서 비밀정보단체 설립을 지시합니다.   

영국수상 허버트 에스퀴스(Heruberts Asquitth)  


당시 독일의 해군력이 급부상하고 있었으며, 이와 더불어서 독일군대의 무장력 또한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영국 정보기관의 주요 역할 중에 하나가 독일에 침투해서 독일군의 무장상태에 대한 정보보고를 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 독일 뿐 아니라 당시 독일의 동맹국이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영토에도 침투합니다. 

독일제국의 해군력을 선전하는 포스터 


영화에서도 주인공 옥스퍼드 공작이 “우리는 영국 최초의 독립된 정보기관”이다, 라는 대사가 나오는 것도, 당시 영국이 주도하는 세력균형을 깨려는 독일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 오늘날 MI6의 전신이 되는 정보기관을 만스필드 커밍스를 주도로 만든것과 비교해서 볼 수 있습니다. 퍼스트에이전트에서도 주인공 옥스퍼드 공작이 비행기를 타며 등장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감독이 의도했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영국의 초대 정보국 수장인 Mansfileld Cumming 공 또한 얼리어답터로 비행기 조종에 열광했다고 했으며, 비행기 조종 클럽의 장을 맡기도 했다고 합니다. 감독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옥스퍼드 공과 만스필드 커밍스의 이러한 운송수단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유사해 보이는 지점이 눈길을 끕니다.  

영화 속 킹스맨의 수장 옥스퍼드 공작과 영국 정보부 초기 수장 만스필드 커밍 공  

영화 속에서 정보요원인 옥스퍼드 공과 콘라드를 조력하는 여성 폴리의 모습도 눈길을 끄는데요. 영화 속에서도 “폴리”같은 여성이 킹스맨 정보조직 작전수행 도움을 주었듯이, 초기 맨스필드 커밍스가 이끄는 정보조직에서 폴리처럼 전투력이 높지는 않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역할을 통해서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컷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독일군이 벨기에로 쳐들어 갔을 때 많은 수의 난민이 영국으로 들어오게 되고, 피난민이었던 가브리엘 패티 Garbriell Petty가 커밍 공이 이끄는 정보부에 들어가게 됩니다. 패티는 영국정보부가 제공하는 스파이 양성소에서 훈련을 받은 후, 다시 전선이 쳐지고 있는 유럽대륙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가브리엘 패티는 민간인으로 위장해 독일군 점령지역으로 들어가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한 후 영국정보부에 보고하기 시작합니다. 1915년 가브리엘 패티는 독일군이 후방에서 곤경에 처해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영국 정보부에 보고합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 등장하는 여성 정보요원 폴리Polly 그리고 1차세계대전 당시 영국정보부 요원이었던 가브리엘 패티(Garbrielle Petty)  


라담블랑쉬(white lady)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독일군이 점령한 유럽대륙 내 각기 다른지역에 있었던 여성 노동자나 미망인들이 취합한 정보 조각들을 취합해서 독일군의 철도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영국정보부에 협조한 것은 정보의 대가로 꽤나 후한 금전적 보상을 얻을 수 있었으며, 전쟁으로 남편과 가정을 잃은 미망인들의 복수심도 한 몫했다고 합니다.  

La dame blanche/ white lady network      


킹스맨 퍼스트에이전트에서 메인빌런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라스푸틴과 영국정보조직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어땠을까요?  

영화 속 라스푸틴   


역사기록에서는 펠릭스 유스포프공의 주도로 라스푸틴을 암살했다고 나와있지만, 더 깊이있게 들어가면 라스푸틴의 암살에는 영국정보부의 역할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범죄사를 연구하는 영국의 리처드 갈린이라는 탐정은 오랜기간동안 탐사 및 연구를 한 결과 라스푸틴의 죽음에는 영국 정보부가 관여한 거 같다는 가설을 세웠고 이것이 BBC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BBC 다큐멘터리 "누가 라스푸틴을 죽였는가?"   


라스푸틴은 1916년 12월 47세의 나이로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되었습니다. 1869년 시베리아 한 마을에서 태어났으며,비교적 방탕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항상 술에 취해있었고 도둑질도 일삼았다고 하는데요, 그가 수도원에서 몇 달 지내면서 방탕하게 살아온 자기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하고, 심경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했으며 불가사의한 능력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시베리아에서 러시아 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1903년 도착하게 됩니다. 상트페테르부르그에 도착한 이래로 그는 사교계의 “인싸”로 등극하게 되고, 그에 대한 명성은 페테르부르그 상류층 사교계를 넘어 황궁에서도 그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가 처음 니콜라이2세의 명을 받아 황궁에 도착했을 때, 그는 금세 왕족들의 환심을 사게 되고, 정기적으로 왕실의 초대를 받아 황궁을 드나듭니다.  당시 니콜라이2세와 왕비는 후계자 알렉세이 황태자가 혈우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인해 근심이 깊었는데, 알렉산드라 황후는 라스푸틴의 신비한 힘이 황태자를 치료할 수 았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황태자가 심하게 병을 앓아서 혼수상태에 빠져 의사들도 손을 못쓰고 있을 때 라스푸틴이 나타나서 황태자를 돌보았고 황태자의 혈우병은 치료되었다고 합니다. 


알렉세이 황태자의 병을 치료한 계기로 니콜라이2세와 알렉산드라 황후는 라스푸틴을 맹목적으로 신봉하고 라스푸틴의 말과 행동이 단순히 황실이나 사교계의 가십거리를 넘어서 러시아제국의 국내정책과 대외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라스푸틴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캐리커쳐. 


황실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며 온갖 사치와 향락을 누리는 라스푸틴과는 대비되게 러시아 국내 일반 평민들의 상황은 극도로 악화되었으며, 혁명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당시 러시아 민중과 귀족들이 접하는 잡지나 신문에서 라스푸틴을 “어둠의 힘Темная Сила”을 가진 사제로 묘사했다고 했을 정도로 라스푸틴의 비범함은 공포의 대상이자 혐오의 대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1차세계대전에 참전해서 동부전선에서 독일군과 싸우고 있었는데, 독일군의 전력이 워낙에 막강해서 일전일퇴의 상황이 거듭되었고 전쟁은 교착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직접 동부전선으로 가 전쟁을 지휘했는데, 당시 황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라스푸틴은 황후에게 접근해서 오지랖 아닌 오지랖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그는 황후에게 “의미없는 전쟁에 참여해서 죄 없는 러시아인들의 목숨을 잃게 해서는 안된다,”라며,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내고 독일과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상대하는 연합국들(동부전선에서는 러시아가, 서부전선에서는 영국-프랑스 연합국이 독일군을 상대하고 있음)  


이렇게 전쟁이라는 주요한 사항에서도 개입하는 라스푸틴을 보고 본인들의 영향력과 정치력을 잃을 것을 염려한 황실귀족들이 라스푸틴을 제거할 음모를 꾸미고, 펠릭스 유스포프 공을 중심으로 라스푸틴 암살계획을 세웁니다. 리차드 갈린은 러시아 법의학 연구자 자르노프 교수의 말을 인용해서 라스푸틴의 부검 사진에서 각기 다른 사이즈의 총탄구멍이 발견되는데,  라스푸틴의 머리에 적중한 총알 흉터를 보았을 때 이것은 영국제 Webley 455권총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라스푸틴의 "뚝배기"를 깬 권총으로 추정되는 영국제 Webly 455권총    


즉, 라스푸틴을 암살하기 위해서 독이든 케이크를 먹였지만, 그것이 실패로 끝나자 유스포프공과 동료들이 라스푸틴에게 총을 갈기고 라스푸틴이 쓰러졌을 때, 마지막 라스푸틴의 뚝배기를 깬 것이 영국요원인 오스왈드 라이네르라는 주장입니다. (놀랍게도 라스푸틴의 사인은 독살도 총살도 아닌 익사로 밝혀졌지만 말입니다.)

  

라스푸틴의 시체. 그의 이마에 있는 총탄자국을 놓고 보았을 때 영국 요원의 소행으로 추정되어진다.  


라스푸틴의 암살계획을 주도한 유수포프 공의 회고록에서 오스왈드 라이네르 (Oswald Rayner)라는 영국인이 등장합니다. 이 남자는 러시아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파견된 영국의 MI6 비밀요원이었으며, 라스푸틴의 암살계획 당시 유스포프 공과 같은 자리에 있었다고 합니다.    

라스푸틴의 이마에 총을 쏜 영국요원으로 추정되는 오스왈드 라이네르(Oswald Rainer) 


왜 영국정보부는 라스푸틴의 존재를 신경썼을까요? 당시 러시아군이 동부전선에서 독일군과 싸워줌으로 인해서 서부전선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어줬는데, 만약 라스푸틴의 의도대로 러시아가 독일과 휴전협정을 맺으면 동부전선에서 싸우는 막강한 전력의 독일군들이 서부전선으로 이동할 것이고, 독일을 상대로 몸빵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 러시아 군대가 없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국에 갈 것이기에 라스푸틴의 말대로 러시아가 전선에서 이탈하는 상황을 막아야만 했습니다.  


실제로 마이클 스미스라는 기자는 만스팰드 커밍스 국장이 러시아에 있는 3명의 요원에게 라스푸틴 암살을 지시했다는 기사를 실기도 했습니다. 또한 유스포프공은 본인의 전기에서 라스푸틴 암살당일 오스왈드 라이네르와 같이 있었다라고 적고 있으며, 황제 니콜라이2세도 영국인 오스왈드 라이네르가 이전부터 극도로 라스푸틴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임무 완수 후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오스왈드 라이네르가 러시아에서 작성한 문서들을 불태웠던 것도 의심이 가는 정황이기도 합니다.  

            마이클 스미스 기자가 쓴 영국요원과 라스푸틴의 암살사건 의혹제기에 대한 기사   


1916년 러시아에 파견된 요원이 쓴 보고서에서도 “어둠의 힘”이 제거됨으로 인해서 우리의 미션은 완수되었다.”라는 문장도 라스푸틴의 암살계획을 영국요원이 주도한 것 이라는 늬앙스를 풍깁니다. 이렇게 라스푸틴을 암살한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되지만, MI6는 오스왈드 라이네르에 대한 디테일 한 문서를 공개하지 않아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음모론으로만 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국정보부 보고서에서 라스푸틴(Dark Force) 암살 사건을 시사하는 듯한 보고서  


1차세계대전이라는 실제 역사적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이 덭붙여진 이번 킹스맨퍼스트에이전트를 감상하기 전 1차세계대전 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영국 정보기관 설립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때 당시 영국정보부가 관여한 사건이 어땠는지 미리 알고 감상하는 것도 킹스맨 퍼스트에이전트를 더 깊이있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번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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