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보내는 편지 01]
담벼락 밑의 기척

by 박순동

담벼락 밑의 기척

박순동


아직 바람 끝은 알싸한데,

마당 구석 햇살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벌써 노란 기척이 보입니다.

당신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누구에게 먼저 들었을까요.


겨우내 딱딱하게 굳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저 연둣빛 싹은 참으로 수줍기도 합니다.

채 기지개도 다 펴지 못한 채,

혹여나 누가 볼까 봐

가느다란 몸을 배르르 떨며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첫사랑을 기다리는 소년의 눈망울 같습니다.


당신이 오시면 세상은 다시 말랑해지겠지요.

서두르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그 수줍은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내 마음엔 벌써 파란 잎사귀 하나가 돋아나고 있으니까요.

26.3.3. 새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