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보내는 편지 02] 연둣빛 첫 인사

by 박순동

[봄에게 보내는 편지 02]

연둣빛 첫 인사

박순동


어느 결에 오셨습니까.

산수유 가지 끝에 맺힌 작은 방울 속에 당신의 웃음소리가 숨어 있는 걸 보았습니다.

이제 막 세수를 마친 어린 풀잎처럼 당신은 참으로 맑고도 조심스럽습니다.

세상의 모든 색깔이 무채색으로 잠들어 있을 때, 혼자서 슬그머니 연둣빛 물감을 풀어놓는 그 부지런한 수줍음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스치는 곳마다 딱딱했던 나뭇가지들이 유연하게 몸을 비틉니다.

파릇파릇한 생기가 공기 중으로 번져 나갈 때, 나도 몰래 당신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봅니다.

아, 오셨군요.

나의 고운 새봄이여.


26. 3. 6. 오패산 양지바른 곳에, 산수유 꽃망울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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