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팩의 도시 1
– 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박순동
회색의 바다
성냥갑보다 단정한
뜯지 않은
우유팩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모서리는 칼같고
창문은 말이 없고
빛조차 눌린 채 흐른다
열지 못한 집,
피지 못한 꿈
그 안엔 아직
유통기한을 모르는 하루들이 있다
도시는 언제 웃었을까
우린 언제부터
복사된 풍경 속에
마음을 접어 넣고 살았을까
파란 하늘 맑은 햇살이
도시의 한 모서리에
누군가의 창이 열리며
마음의 햇빛이 스며들고
산들바람이 길을 찾아가길 바란다
잠들지 않은 도시,
숨 쉬는 서울을
산 위에서 기다린다
25. 7. 23. 순동.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