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융의 개성화
평생을 내향적으로 살아온 엄마는, 얼마 전 한 미드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주인공은 말을 잘하고, 세속에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변호사였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캐릭터였기에, 엄마는 그 인물에게서 묘한 동경심을 느꼈다.
그날 밤, 엄마는 꿈을 꾸었다.
잠꼬대를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누군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건 단순한 꿈이 아니라,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다는 신호였다.
심리학자 칼 융에 의하면 이런 현상은 개성화(individuation)의 과정이다.
억눌려 있던 내면의 자아가 의식 위로 떠오르며, 기존의 자아와 균형을 맞춰가는 일.
엄마의 꿈속에서는, 말보다 조용함을 선택해 온 삶과는 다른 또 하나의 가능성이 조용히 깨어나고 있었다.
개성화란
말을 아끼던 사람이 스스로 말하기 시작하고
자신을 감추던 사람이 드러내기를 시도하고
한 방향으로만 살아오던 삶에 다른 감각이 스며드는 일이다.
그 모든 변화는 격렬하지 않다.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다양한 자아들과 화해해 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세상을 바꾸려는 투사가 아니라,
내면을 받아들이는 수용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