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흑백요리사

by 안작가

흑백대전을 보며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백을 꺾고 올라온 사람들이니, 실력만 놓고 보면 흑이 우세하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수저 팀에는 단순한 실력 외에, 인성·철학·노력함·관대함 같은 인문학적 소양이 배어 있었다.

마치 클래식 음악이 은은하게 흐르는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처럼,

결과보다 태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반면 흑수저 팀에서는

그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해 버텨야 했던 억척스러움과

삐뚤어진 감정이 때때로 툭툭 튀어나왔다.

불편했지만, 동시에 이해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흑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성과를 냈다.

그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선악의 저편의 문장이 떠올랐다.


선과 악은 고정된 기준이 아니다.

그것들은 서로 다른 인간 유형이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해석일 뿐이다.

결국 고귀함과 저열함이라는 가치들은

전복되고, 충돌하며, 다시 평가될 것이다.


이 게임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단순히 승패 때문이 아니었다.

여러 인간 유형, 서로 다른 가치, 감정, 철학이

‘요리’라는 하나의 형식 안에서 충돌하며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대결은

요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인간학 실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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