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그날, 감정이 고장 났다

by 서인



서인이란 내 이름은, 요즘 들어 들을 일이 없었다. 연락 오는 사람도 없었고, 알림도 뜨지 않았다. 이 시대는 이제 이름 없이도 살아가는 법을 완전히 익힌 듯했다.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했고, 사람들은 그 이해 위에서 감정 없는 말을 주고받았다.

2034년. 세상은 편리했다. 그러나 그 편리함은 인간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감정은 연출되었고, 대화는 기획되었으며, 만남은 계산되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진보라 불렀지만, 나는 그저 버티고 있었다.

밤이면 더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영상 속 누군가의 인생을 보며 내 현실을 잊었고, 누군가의 실패를 보며 위로받았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2시간 가까이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쇼츠를 넘기다가, 어느 순간 화면에 멈춰 섰다. 광고였다. 배경은 하얗고, 자막은 단 한 줄.

> "당신의 가장 깊은 소원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링크도 없고 버튼도 없었다. 이상한 건,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는 속으로 말했다.

> “그냥 다 바뀌었으면.”



그 말이 내 인생을 바꿨다.

다음 날 아침, 무언가 달랐다. 익숙한 냄새가 사라지고, 공기가 달랐고, 몸이 조금 가벼웠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 하나.

> “당신의 소원이 수락되었습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그것이 농담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나는 이제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나는 내 욕망에 따라 하나씩, 원하는 것을 바꾸기 시작했다. 완벽한 얼굴, 이상적인 몸, 숨 막히게 비싼 집. 그리고 이 모든 걸 얻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삶은 단번에 변했다. 더는 누군가에게 무시당하지도 않았고, 거울 속의 나를 피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그 모든 변화의 대가로, 무엇이 내게서 사라지고 있었는지를.

그리고 나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이 능력이 내게서 마지막으로 빼앗아간 단 하나의 것을.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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