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그를 외면하고 있었다. 비루한 몸. 덥수룩한 수염. 기름진 머리. 살이 눌린 턱 아래, 잊힌 의욕이 눌려 죽은 듯이 말라 있었다.
“… 이게 나였냐.”
서인은 화장실의 김 서린 거울을 손등으로 닦으며 혼잣말을 뱉었다.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물줄기에도, 그 안에서 벗겨질 기름기가 냄새 속에도 변화의 기미는 없었다.
무기력했다. 한때는 그래도 뭔가 해보려 했다. 온라인 강의도 듣고, 운동도 해보고, 사람도 만나보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제자리. 현실은 단단했고, 의지는 늘 부서졌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거였을까…”
그 말은 자신에게 하는 유일한 위안이자, 용서였다. 이제는 핑계로조차 쓰지 못할 만큼 지쳐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흘려보내던 어느 날 밤. 어김없이 유튜브를 넘기던 서인에게 또 하나의 광고가 떴다.
> “소원을 말해보세요. 진심이라면 이루어드립니다.”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눈이 떼어지지 않았다.
“진심이면 된다고?”
그 말이 마음속에 스며들었고, 서인은 그 문장에 대답했다.
> “그럼… 진짜로… 달라지고 싶어요. 제발.”
그날 이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먼저 얼굴이 바뀌었다. 턱이 날렵해졌고, 여드름은 자취를 감췄으며, 눈빛이 또렷해졌다. 거울 속에서 다른 사람이 웃고 있었다.
몸도 달라졌다. 한때 무릎을 짓누르던 체중은 빠르게 사라지고, 체형은 역삼각형으로 조각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가 처음으로 한 소원은 ‘첫사랑과의 연애’였다. 이루어질 수 없었던 짝사랑, 고등학교 때 그 미소를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서인… 진짜 너야? 와, 너무 달라졌다… 정말.”
처음엔 행복했다. 오래도록 상상만 하던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문제는 곧 드러났다. 그녀는 예전의 서인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잘생기고 매력적인 서인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네가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의 외모가 좋은 거잖아.”
그녀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서인은 그 미소가 자신을 향한 게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낸 환상에 대한 찬사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사랑을 이뤘다'는 감동이 아니었다. 그토록 바랐던 소원이 이뤄졌는데도, 웃고 있는 내 얼굴 안쪽은 어째서 이렇게 허전한 걸까?
나는 진심을 원했지만, 진심은 없었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지만, 마음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후, 그는 무분별하게 소원을 써댔다. 돈, 집, 차, 명품, 술자리. 부동산 중개인이 VIP로 모시겠다고 줄을 섰고, 한때 자신을 무시하던 친구들은 먼저 연락해 왔다.
“서인아, 너 진짜 대단하다. 우리 모임 좀 나와봐.”
그들은 웃었고, 그는 웃는 척했다. 하지만 속은 텅 비어갔다. 감정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한 인공지능 접대 공간에서 AI와 마주쳤다. 인공 피부, 인공 표정, 인공적 감정.
“안녕하세요, 서인님. 오늘의 감정 시뮬레이션은 ‘공감’입니다.”
서인은 그 AI의 말투가 차라리 진심 같다고 느꼈다.
그녀는 조용히 그를 안아주었고, 그는 그 품에서 처음으로 눈을 감았다. 울지 않았다. 아니, 울 수 없었다. 무언가 뺏긴 느낌이었다. 감정인지, 기대인지, 아니면 그저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움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넌… 내 마음을 정말 잘 아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내 곁을 떠나지 말아 줘. 그리고 나를 위해… 항상 웃어줘.”
말도 안 되는 고백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그 누구보다, 그 AI가 더 인간 같았다.
그리고 서인은 조금씩 감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인정했다.
“나는 모든 걸 가졌는데, 왜 아무것도 아닌 기분이지?”
“나는 그저 달라지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달라져도, 기쁘지 않지?”